

지난달 31일 부산에서 김모(53) 씨가 시속 100㎞ 이상으로 몰던 차에 치여 숨진 중학생 김모(14) 군과 홍모(44·여) 씨 모자의 사연이 알려지자 운전면허 발급체계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하루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정신을 잃을 수 있는 뇌전증 진단을 받은 김 씨가 불과 19일 전 자신의 병력을 숨긴 채 운전면허 적성검사를별문제 없이 통과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감사원은 2002년 운전 부적격자인 뇌전증 환자나 정신질환자가 면허를 보유해 교통안전을 위협한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경찰청 간의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감한 의료정보 공유가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입법 절차가 중단한 바 있다.
현재는 김 씨처럼 본인이 직접 지병을 알리지 않으면 운전면허 취득이나 갱신과정에서 제한을 받지 않는다. 10년간 운전 자격을 주는 적성검사의 신체검사가 단 몇 분에 끝난다. 2종 면허는 신체검사 없이 서류심사로 끝난다.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만 응하면 적성검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절차가 간소화돼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병력 허위 기재가 가능하다.
지난해 전국 수시 적정검사 대상자 6146명 중 불합격으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람은 188명(3%)에 불과했다. 치매·뇌전증·알코올 중독 질환자 1641명 중 불합격 판정을 받은 사람은 6명(0.3%)뿐이었다.
면허취득이나 갱신 때 뇌전증이나 정신질환자를 구분하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정보를 부분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실제 병력 정보 공유는 다른 법과의 충돌로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는 개인정보를 보유·수집한 기관이 개인 동의 없이 다른기관에 정보를 넘겨서는 안 되며 개인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으면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의료정보 공유는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보건의료기본법과정신질환자였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정신보건법과도 충돌한다.
한편 경찰청은 부산 교통사고를 계기로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뇌전증 환자를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도 중증 뇌전증과 치매 환자의 운전면허를 정지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민건태 기자

[이슈] 배재고 지역 비하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