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 산사태 우려 민원에도 안전시설 미비 '예견된 인재'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대량의 토사가 쏟아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지역은 인근 주민들이 계속해서 산사태 우려를 제기한 곳이다.
| |  |
| 토사가 무너져 내린 부산 연제구 연산동 재개발 공사 현장.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지난 2일 오후 5시25분 부산 연제구 연산동 연산2구역재개발 공사현장에서 야산의 토사가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토사와 함께 나무 4그루가 쓰러져 전신주와 고압선을 덮치면서 이 일대는 2시간 동안 전력이 끊겨 인근 400여 가구가 큰 불편을 겪었다. 다행히 토사가 덮친 곳에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량이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붕괴 규모는 가로 16m 높이 20m 무게 8t 가량이다. 이날 사고는 아파트단지 기초공사를 하면서 산을 깎아 경사가 급해진 데다 이틀간 내린 폭우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절개 면의 흙이 쏟아져 내린 탓이다. 지하 4층 지상 30층 1071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는 지난 3월 착공해 2019년 11월 준공될 예정이다.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은 수개월 전부터 연제구에 장마철이면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하면서 축대벽을 제거한 데다 산까지 깎아내렸다며 붕괴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제구에 수차례 산사태 방지 공사를 촉구하는 민원도 넣었다.
연제구는 지난 6월 사면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문제를 키웠다. 장마철을 앞두고 있어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견된 상황이었지만 현장에는 배수로 정비나 안전시설물 하나 설치되지 않았다.
연산경동메르빌 입주자 대표회장은 3일 "이미 예견된 인재였다. 신문고 등에도 문제를 제기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산사태가 재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기상청은 대기가 불안정해 앞으로 수차례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예보해 주민은 더욱 불안하다.
연제구는 이 아파트 단지에 일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시공사가 앞으로 안전진단 후 필요한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공사를 재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연제구 관계자는 "구청장이 직접 현장을 둘러본 후 건설사에 보강 공사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