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STEP, 사후관리 맡아야

부산시의 국가 연구개발(R&D) 투자액 유치가 경남도와 경북도보다 적은 등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6번째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R&D 과제는 지역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신산업 육성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고려하면 시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표한 '2015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정부의 R&D 투자액 18조8747억 원(639개 사업·5만4433개 과제) 중 부산이 유치한 투자액은 6078억 원으로, 전체의 3.3%에 그쳤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많은 대전시는 5조4584억 원(30%)으로 최대였고 이어 ▷서울시(3조6485억 원·20.1%) ▷경기도(2조6112억 원·14.4%) ▷경남도(9403억 원·5.2%) ▷경북도(7006억 원·3.9%) 순이다.

부산이 제2의 도시인데도 국가 R&D 투자액 유치가 낮은 것은 공급 측면에서는 과제를 수행할 정부출연 연구기관 수가 적은 데다 수요 측면에서도 관련 기업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5개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전체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1.5%를 기록할 정도로 높다. 하지만 부산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부산본부 등 4개의 정부출연 연구기관 분원뿐이다. 연간 R&D 투자액이 2조 원에 달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산분원 유치는 4년째 표류하고 있다.

기업의 R&D 수용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기술연구조합 활성화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장안산단에 23개 업체가 모여 출범한 부산경남자동차부품기술사업협동조합이 대표적이다. 산업기술연구조합은 국가 R&D의 주관기관이 될 수 있고, 대학과의 공동 연구가 가능한 형태다. 또 정부출연기관 유치와 함께 한국신발피혁연구원이나 중소조선연구원처럼 지역 자체의 연구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영상과 드론, 원자력 등 신산업 분야의 '지역 맞춤형' R&D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울러 지난해 설립된 부산과학기술평가원(BISTEP)의 역할도 강조된다. 국가 R&D의 기획과 유치라는 실적 중심에서 벗어나 실제 지역 산업계 파급 효과를 분석하고 부산에 적합한 R&D 과제를 선별해 유치하는 성과 중심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