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질환·당뇨·스텐트 시술 병력
- 당일 약 안 먹어 의식 잃은 듯
- 운전면허제도 강화 목소리 커
'황당한 교통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강원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대형버스가 승용차 5대를 들이받아 20대 여성 4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난달 31일 부산 해운대구 신시가지에서 7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17명의 사상자가 발생(본지 1일 자 6면 보도)했기 때문이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해운대 신시가지 7중 추돌사고와 관련, 사고를 낸 푸조 승용차 운전자 김모(53) 씨에 대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1일 밝혔다. 김 씨는 사고 충격으로 뇌출혈 증상을 보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경찰은 이번 사고 원인으로 김 씨의 뇌질환 증세를 유력하게 꼽고 있다. 경찰은 김 씨가 뇌질환과 협심증, 당뇨 등의 질환으로 하루 두 차례 10알 이상의 약을 먹었다는 지인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날 김 씨를 치료한 울산의 병원 의사로부터 "김 씨가 지난해 9월 뇌질환의 일종인 뇌전증(간질)을 진단받았고, 이 병은 하루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을 수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앞서 경찰은 김 씨가 사고 당일 약을 먹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채혈과 소변검사 분석을 의뢰해둔 상태였다. 이에 따라 김 씨가 뇌전증으로 운전 중 정신을 잃으면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김 씨가 10년 전부터 당뇨병을 앓았고, 지난해 심장혈관 스텐트 시술을 한 점도 주목하고 있다. 김 씨가 심근경색과 당뇨병에 따른 저혈당 쇼크로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김 씨가 음주나 마약 후 환각상태에서 운전했을 것으로 추정해 혈액과 소변검사를 벌였으나 모두 음성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김 씨 차량의 블랙박스는 사고 충격으로 내부 칩이 망가져 복원이 어려운 상태다.
김 씨는 울산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부산울산고속도로를 타고 해운대구 우동의 집으로 귀가하던 중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3년부터 3회에 걸쳐 교통사고를 냈으나 인명 피해가 없어 보험 처리만 해 사고 기록은 없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운전면허제도를 강화해 대형 교통사고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씨는 뇌질환 약을 먹지 않으면 어지러움으로 운전에 불편을 느꼈지만 적성검사를 별 문제없이 받고 운전면허를 갱신했다. 현행 운전면허시험은 정신질환자나 뇌전증 환자는 응시할 수 없으나 응시자가 병력을 밝히지 않으면 면허 취득을 제한할 방법이 없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최재원 교수는 "응시자가 알코올 중독, 정신병력 등이 있어도 자가 체크리스트에 적지 않으면 걸러낼 방법이 없다"며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김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