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풍양속까지 규제 속상하다"
- 공무원 축·부의금 액수 화두로
- 저녁자리 대신 점심약속 검토
- 유통가 저가 '수입산 선물세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다가오면서 새로운 풍속도가 등장하고 있다. 이 법이 워낙 복잡해 법 시행 후 사정이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 관련 모임이 시행 전으로 앞당겨지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다음 달 각종 모임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예식장과 음식점은 예약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공무원인 A 씨는 송년 모임을 9월로 당기기로 하고 회원들과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9월 28일 법 시행 이후 여는 모임에서 먹는 음식이 법에 저촉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A 씨는 "주변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립학교 교장인 B 씨는 오는 11월로 예정된 아들의 결혼을 앞당기기 위해 사돈댁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동안 10만 원 이상 축의금을 낸 곳이 많은데 자기는 이를 받지 못할 수 있어서다. B 씨는 "이건 미풍양속인데 이를 법으로 규제하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공무원들 사이에선 '축의금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공무원 C(34) 씨는 "기업체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결혼했을 때 축의금 20만 원을 냈는데 사실상 나는 돌려받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 D(52) 씨는 "최근 치른 상에서 부조금을 20만 원가량 낸 동료가 꽤 있었다. 비슷한 수준으로 부의금을 줘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영란법 합헌 결정 이후 식당가에는 신메뉴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한 끼 값이 3만 원이 넘지 않도록 기존 메뉴를 조정해 새로운 세트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해운대구의 한 한우식당 관계자는 "1인당 고기가격이 3만 원이 훌쩍 넘기 때문에 소고기전골과 돌솥밥이 세트로 나오는 2만 원대 메뉴를 알리는 수밖에 없다. 가격을 낮춘 다른 메뉴 개발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에 위치한 한 레스토랑 관계자 역시 "단품 메뉴를 섞어 3만 원 이하 세트 메뉴를 만들어야 하는데 재료 값이나 물가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기업들은 달라질 접대 문화에 대비해 전략을 짜느라 분주해졌다. 지역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저녁 대신 점심 접대로, 1차에서 식사를 끝내는 것으로 분위기가 바뀔 것 같아 점심에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홍보회사 관계자는 "매번 1차 식사 이후 2차로 술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1차 식사로 끝내고 싱겁게 헤어질 때가 많아질 것으로 보여 새로운 회식 문화를 즐길 공간을 찾아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통업계는 김영란법 시행 전 마지막 추석 대목을 맞아 소비자 구매 패턴을 미리 알아보고자 5만 원 이하 선물세트 비중을 지난해보다 30%가량 확대하기로 했다. 상한선인 5만 원을 맞추기 위해 내용물 분량을 줄이거나 국산 대신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으로 구성해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윤정길 김현주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