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진제어·보조전원장치 교체
- 화재·고장장애 위험 줄여 국내 첫 통합무선망도 구축

- 전 역사에 스크린도어 설치, 서울 이어 전국 두 번째

- 센텀시티역엔 지능형 장비…이상 징후 스스로 감지해

1985년 개통한 부산도시철도는 명실공히 지역을 대표하는 대중교통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노후 전동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사고가 잇따르면서 시설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부산도시철도의 운영을 맡은 부산교통공사는 26일 '안전사고 제로(0)화'를 핵심 목표로 내세우고 인프라 확충과 비상대응능력 강화에 공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도시철도에서 10분 이상 열차가 지연된 사고 건수가 2013년 16건에서 지난해에는 6건으로 줄어든 것이다. 부산교통공사는 앞으로도 선제적인 예방시스템으로 도시철도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6월 도시철도 108개 전 역사에 스크린도어 설치를 끝냈다. 사진은 도시철도 2호선 센텀시티역에 설치된 스크린도어.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낡은 1호선 전동차, 보완작업 박차

부산도시철도의 불안요소 중 하나는 전동차 노후화. 부산교통공사는 2014년 도시철도 종합안전대책에 따라 오는 9월까지 낡은 1호선 전동차 72량의 리모델링을 추진한다. 주요 작업은 추진제어장치와 보조전원장치 등 핵심부품을 교체하는 일이다.

전동차의 모터를 제어하는 추진제어장치는 현재 초퍼방식(직류전동기 제어 방식)에서 VVVF방식(교류전동기 제어 방식)으로 교체해 안전성과 유지·보수의 효율성을 높였다. 25년 이상 된 초퍼방식은 시스템 노후화, 부품 유지·보수의 어려움으로 화재와 고장장애 위험이 확률적으로 높았다는 게 공사 측의 설명이다. 2012년 8월 부산도시철도 1호선 대티역 전동차 화재와 2014년 시청역에서 발생한 전동차 화재 모두 추진제어장치의 초퍼 방식이 원인으로 꼽혔다.

냉난방 장치와 조명장치 등에 전기를 공급하는 보조전원장치도 GTO(직류전동기 제어 전력소자)방식에서 IGBT(교류전동기 제어 전력소자)방식으로 교체했다. IBTO방식은 기존 것보다 안전하게 전원을 공급하고, 소음도 적다는 장점이 있다.

공사는 부산도시철도 1호선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철도통합무선망(LTE-R)을 구축해 재난대응 시스템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기존 VHF망은 지하 구간에서 음질이 불량하고, 재난이 발생할 때 경찰통신망을 사용해야 했지만, LTE를 기반으로 한 철도통합무선망은 각 시설 담당자나 재난 관련 기관과 개별 또는 그룹 연락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철도통합무선망은 영상통화와 데이터통신이 가능해 향후 열차안전운행 내비게이션, 열차상태정보 등 이용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부산도시철도 1호선 다대구간 준공에 맞춰 오는 11월까지 1호선 41㎞ 전 구간에 LTE-R 기반 열차무선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안전사고 사전에 차단

부산교통공사는 지하철 승강장 안전사고 방지대책으로 2008년부터 지난 6월까지 108개 전 역사에 안전문(PSD) 설치를 끝냈다. 승강장 안전문은 승강장과 선로 사이에 출입문을 설치하고 전동차 출입문과 동시에 열고 닫히게 함으로써 승객이 선로에 들어갈 수 없도록 하는 장치다. 전 역사에 안전문이 설치된 것은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다.

부산도시철도 승강장 안전문 설치에는 민자 유치와 국비 확보 등 다양한 방식의 예산이 투입됐다. 2012년 부산역을 비롯한 10개 역은 민자사업으로 안전문을 설치했고, 지난해에는 국비 535억을 확보했다. 안전문 설치가 완료돼 앞으로는 안전사고가 크게 줄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교통공사 측은 "스크린도어 설치로 선로 추락이나 투신자살 등의 사고를 방지하고, 지하역사 공기 질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센텀시티역에서 도시철도 승강장 스마트 안전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능형 영상분석 장비로 승강장에 설치된 총 4대의 CCTV로 승강장 안전문 영상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또 승강장에는 불꽃이나 유독가스 등을 감지할 수 있는 첨단 센서가 6개 구역에 설치돼 화재나 테러 등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위험요소 발굴하는 안전책임관

도시철도 현장에서는 안전 점검 업무만을 도맡는 '안전책임관'도 활동하고 있다. 2013년 4월 도입한 안전책임관제는 차량 전기, 운전, 기계 등 도시철도 전 분야에서 전문가 7명을 선발해 각 개인을 독립된 기관으로 운영한다. 안전책임관은 절차와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해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안전 점검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근무 방식도 최적화했다. 위험 요소를 발견했을 때는 현행 보고 체계를 따르지 않고 공사 사장에게 즉시 보고할 수 있다. 또 자율근무제를 도입해 출퇴근 시간이나 주야간 업무 등 관계없이 안전책임관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올해부터 시민을 대상으로 '안전패밀리'를 운영하고 있다. 안전패밀리는 도시철도 안전에 관심이 많은 시민을 모집해 부산도시철도 안전지킴이 역할과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3월 시민 570명이 비상인터폰 사용, 열차출입문 수동개방법, 비상시 행동요령 등의 안전교육을 이수했다. 활동 기간은 1년이다.

부산교통공사 최낙철 고객홍보실장은 "도시철도 내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시설 보강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며 "시민들도 도시철도를 이용할 때 안전사고에 주의를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부산교통공사 박희철 본부장

- "핵심부품 교체로 안전문제 해소"

부산도시철도 하루 이용객이 최근 90만 명을 돌파했다. 1987년 10만 명 시대를 연 지 30년 만의 성과다. 부산교통공사 박희철(57·사진) 운영본부장은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철도의 장점을 극대화해 하루 이용객 '100만 명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1호선 전동차 노후화 문제는 리모델링을 통한 안전성 확보로 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진장치 안정화 대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중이며, 1호선 전동차 추진장치 개조 1차분인 9개 편성이 하반기에 완료된다"고 말했다. 1호선 추진장치 개조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부터는 본선 운행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공사 측의 설명이다.

부산도시철도에 최신 기술과 선제적인 예방책을 도입해 안전사고를 줄여나갈 계획도 밝혔다. 박 본부장은 "하반기 부산도시철도 1호선에 도입하는 철도통합무선망(LTE-R)은 국내 기술로 개발한 세계 최초의 LTE 무선망으로 재난예방시스템 구축에 효과적"이라며 "수입품 일색인 국내 철도 무선통신망을 국산화해 국내 환경에 최적화했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범 도입한 여성 배려칸에 대해서는 시민의 협조를 구했다. 그는 "여성 배려칸은 임산부나 영·유아를 동반한 여성들이 안전하게 도시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인근 일본에서는 잘 정착해 운영되고 있다"며 "3개월 간의 시범운영 기간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하루 탑승객 1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시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 불편을 최소화하고 사고 예방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

※공동기획 : 부산시, 도로교통공단 부산광역시지부, 손해보험협회, 부산교통공사, 부산지방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