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대포 일대 불법노점 행위 등
- 고지서 발부 권한까지 넘겨
- 방문객 "민간업체서 단속" 불쾌

부산 사하구가 올해부터 다대포해수욕장 질서 단속에 민간업체를 투입해 빈축을 사고 있다. 사실상 노점 몇 곳을 쫓아내기 위한 강경책인데 불필요한 예산을 들여 고지서 발부 권한까지 민간에 넘겨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하구는 지난 1일부터 오는 9월 말까지 다대포해수욕장 내 불법 노점 행위를 포함해 기초질서 위반에 관한 단속과 고지서 발부를 위탁업체에 맡겨 관리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다대포해수욕장에는 업체 직원 5명이 단속 중이며 방문객이 몰릴 때는 10명까지도 투입하고 있다. 구는 이를 위해 예산 5000만 원을 편성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다대포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은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수욕장 입구에 '기초질서 위반 단속과 고지서 발부를 위탁업체에서 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린 데다 공무원이 아닌 민간 관리업체 직원들이 기초질서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정재승(37·사하구 다대동) 씨는 "작은 기초질서 위반에도 엄격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읽혔다"며 "질서유지는 필요하지만 민간 용역업체까지 끌어들여야 할 만큼 복잡한 곳은 아닌데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현수막에서 명시하는 기초질서는 음주가무 행위, 흡연, 개 목줄 없이 출입, 텐트 설치, 공원 내 출입금지구역 이동 등이다.

이에 대해 구는 불법 상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몇 년간 불법 노점을 단속했지만 근절이 어려워 민간업체를 투입해 기초질서를 유지하려는 취지"라며 "과태료는 부과하지 않고, 심한 질서 위반에 대해 계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대포해수욕장이 최근 해변공원 공사를 마치면서 관광객이 몰리고 있어 초반 질서 확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구는 일단 올해 시범 운영을 해본 뒤 내년에 계속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해수욕장에서 쫓겨난 커피트럭 두 대는 인근 도로에서 영업하고 있다.

부산경실련 이훈전 사무처장은 "불법 노점 행위를 묵과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강력한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이다"며 "피서철 노점은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것 중 하나인 만큼 전체 질서 유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