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 안전 인증 없이 영업 가능
- 헬멧 등 장비 착용 안내 부실
- 음주·흡연도 허용, 사고 위험 커

최근 성업 중인 스크린야구장이 안전 등의 문제로 '관리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스크린야구장 타석에 서면 시속 100㎞에 달하는 야구공이 날아오지만 안전 교육, 장비 착용 등에 관한 안내가 부실해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부산의 한 스크린야구장.

본지 취재진은 지난 21일 밤 9시 부산의 한 스크린야구장을 찾았다. 직원에게 안내를 부탁했지만 게임 진행 방법만 설명하고 말았다. 보호장비 착용 등 안전사고 예방 등의 설명은 일절 없었다. 야구장 안에는 헬멧과 팔꿈치, 정강이 보호대가 1개씩 비치돼 있었지만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타석에 올라도 업체 측의 제지는 전혀 없었다. 철망 안 타석에 서서 페달을 밟자 약 7, 8m 앞에서 공이 시속 100㎞의 속도로 날아왔다. 공을 맞힐 때 소위 '손맛'은 짜릿했지만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위협적인 속도에 아예 뒤로 저만치 물러나 방망이를 휘두르거나 헛스윙한 뒤 방망이를 놓쳐 날아가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 스크린야구장에서 만난 김모(34·부산 연제구) 씨는 "보호구가 1세트밖에 없어 돌아가며 착용해야 한다. 머리 모양도 망가질 것 같고 그냥 치는 것이 편하다"며 "공의 속도가 빨라 취객들이 이용할 경우 다칠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스크린야구장에서는 맥주 등 주류 주문에도 제약이 없었다.

현재 부산에는 20여 곳의 스크린야구장이 성업 중이다. 스크린야구장은 스크린골프와 같이 시뮬레이션 게임과 야구를 접목한 레저스포츠로, 적은 구성원으로 실제와 유사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다. 2014년 남구 대연동에 부산 최초로 문을 연 뒤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스크린야구장이 스크린골프장처럼 스포츠시설업으로 분류된 것이 아니라 자유업으로 신고돼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는 점이다. 스포츠 시설업으로 분류되면 반드시 소방 안전 인증을 거친 뒤 구청에 신고해야 한다. 이와 달리 자유업은 세무서에 등록만 하면 된다. 움직이는 공을 맞히는 야구 특성상 가만히 놓여 있는 공을 치는 골프보다 사고의 위험이 훨씬 크지만 별도의 안전 기준은 없다. 특히 대부분 스크린야구장은 음주와 흡연이 가능해 주취자 사고와 화재 위험도 크다. 이에 부산시와 부산시 소방안전본부는 스크린야구장 실태 파악에 나섰다. 스크린야구장을 체육시설에 포함해 안전·위생 시설의 기준을 적용하는 '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금정구 관계자는 "신규 업종은 계속 생겨나지만, 법규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단속하거나 제재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