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안대교 도색·탱크로리 탓부터
- 지진 전조·주피터 등 괴담 난무
- 시 합동대책회의 원인 못 밝혀

지난 21일 부산지역 해안가를 따라 퍼진 정체불명의 가스 냄새(본지 22일 자 8면 보도)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관계 당국의 위험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시는 22일 3회에 걸쳐 부산시 소방안전본부, 부산경찰청, 부산해양경비안전서, 부산도시가스, 가스안전공사 등 관계자들을 모아 전날 가스 냄새의 원인을 찾기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원인을 밝혀내는 데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소방안전본부와 경찰, 일선 구·군에 따르면 가스 냄새는 지난 21일 오후 5시30분 해운대구 중동에서 처음 신고가 접수된 이후 7시30분 강서구 명지동에서 마지막으로 접수될 때까지 2시간 동안 200건이 넘는 신고 전화가 들어왔다.

가스 냄새 유출 당시 다양한 가설이 제기됐다. 처음에는 광안대교 도색작업 중에 페인트가 날려 가스 냄새가 퍼진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하지만 광안대교 도색은 지난 4월부터 진행됐고 다른 구까지 냄새가 퍼질 수 없는 소량이어서 원인에서 배제됐다. 그 이후 LNG(액화천연가스) 운반 선박에서 가스가 샌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해경 조사 결과 당시 부산 인근 해상에는 LNG 운반 선박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 기관은 21일 오후 5~8시 탱크로리 4대가 광안대교를 통과해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했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 차량을 추적했다. 하지만 이 차량은 휘발유나 엔진오일 등을 싣고 있어 가스 유출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일부 SNS에서는 각종 음모론이 등장하고 있다. 한 SNS 이용자는 지진으로 인한 가스가 새어 나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최근 논란을 빚는 주한미군의 '주피터 프로젝트'(생화학 무기 방어시스템)로 인한 냄새가 아니냐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지진 전조현상으로 가스가 나온다는 가설은 있지만, 천연가스는 냄새가 없어 이번 일과 관계가 없다"며 "냄새가 이동한 것으로 미뤄 주피터 프로젝트 등 고정된 장소에서 벌어진 일이 원인이라는 판단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기상청 관계자는 "어제 지진 센스에서 아무런 이상이 감지되지 않아 가스 냄새만으로는 지진 전조현상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시의 늑장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크다. 시는 21일 밤 10시30분에야 문자메시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가스 냄새의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시는 지난 5일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 때도 재난 상황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뒤늦게 보내 빈축을 샀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부산환경공단에서 바이오가스와 관련된 작업을 하다가 가스 누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부취제가 새어 나가면서 가스 냄새 소동이 벌어졌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