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시간 이후 변호인의 피의자 접견을 제한한 국가에 법원이 일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관행으로 치부되던 수사(교정)기관의 일과시간 이후 변호인 접견 제한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부산지법 민사18단독 김정우 판사는 긴급체포돼 검찰 구치감에 수감된 피의자의 접견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최종우 변호사가 국가를 상대로 2000만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낸 소송에서 국가는 최 변호사에게 1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1일 밝혔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부산지검 특별수사부에 긴급체포된 A 씨의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된 뒤 다음 날 오후 5시 수사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A 씨의 접견을 신청했다. 수사 검사는 "조사 중이니 오후 7시 검찰청으로 오라"고 말했고, 교도관은 야간 조사를 위해 A 씨를 부산지검 구치감에 대기시켰다. 하지만 최 변호사가 도착하자 교도관은 "일과시간이 끝나서 접견이 안된다"고 접견을 거부했다. 최 변호사는 수사검사와 통화한 사실을 전했지만 끝내 A 씨와 접견할 수 없었고, A 씨는 다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에 최 변호사는 부산지법에 "검찰이 부당하게 의뢰인 접견을 거부해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 판사는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인권 보장과 방어 준비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권리"라며 "변호인이 일과시간 뒤 피의자를 만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교도관이 접견을 막고 검사가 교도관의 거부행위를 방관하고 피의자 조사를 했다는 점은 접견권을 방해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