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우산 어린이재단·한국수력원자력(주) 고리원자력본부·부산광역시교육청·국제신문 공동기획

봄이 되면 혜민(여·16·가명)이는 극심한 불안증세를 보인다. 지난 2년간 치료를 받았지만 봄만 되면 강박증세와 불면증 등이 심해져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는다.

2년 전 '그날' 혜민이는 편의점에서 몰래 컵라면을 먹다가 들켜 야단을 맞았다. 돈이 없었지만 너무 배가 고팠다. 그런데 인근 여관에서 지내던 아저씨가 대신 컵라면값을 내줬다. 편의점을 나오자 아저씨는 손짓을 했고, 혜민이는 의심 없이 따라갔다. 고맙던 아저씨는 혜민이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놀란 아이는 편의점으로 도망갔다. 종업원이 곧장 경찰에 신고한 덕에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혜민이는 학교로 복귀했지만 사람 형상의 헛것을 봤다고 하는 등 불안정한 심리 상태가 계속됐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학교를 다녀야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엄마는 혜민이를 대안학교에 보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기숙사를 무단으로 이탈하고 엄마를 찾아가는 날이 잦다.

아빠는 혜민이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암 진단을 받고 5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엄마는 혼자서 어떻게든 혜민이를 잘 키워보려고 했지만 제대로 치료를 못해줘 미안한 마음뿐이다.

아이의 불안증세가 심해 부산지역 대학병원 두 곳을 찾아갔지만 병원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라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당했다. 고맙게도 서울대 어린이병원이 자체 후원금으로 두 달 간 치료해줬고 이후 2년 동안은 어린이재단의 도움을 받았다.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심리치료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가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지원금이 부족해 치료 중단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 이렇게 도움을 주셨습니다

본지 지난달 14일 자에 소개된 가은이가 정서적 안정을 되찾길 바라며 한국수력원자력(주)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심리·정서치료비를 지원했습니다.

▶문의 (051)505-3117~8 후원계좌=국민은행 6585 9011 003764 예금주 어린이재단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