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발하는 버스 문 두드리다 부상
- 정차 전 차도 내려가 접질리는 등
- 무심코 하는 행동 사고 이어져

- 행복버스 운동 승객 역할 절대적
- '한 줄서기' '휴대전화 사용 자제'
- 부산시 시내버스 실천 목록 부착
- 시민 자정 노력·인식 개선 강조

바람직한 버스 문화 정착을 위해 필요한 과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승객의 노력도 뺄 수 없다. 50여 년 동안 대중교통문화 개선 정책은 관이 주도해 서비스 공급자와 운전기사를 규제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관과 업체 외에 승객의 노력이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한 단계 나아간 선진 교통 문화 구축을 위해 승객의 노력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2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도시철도 1호선 부전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한 시민이 버스가 정차하는 도로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버스 내부에 붙은 '승객 매뉴얼'

지난달 1일부터 부산 시내버스에는 '승무원의 다짐'과 함께 '승객의 작은 실천' 목록이 나란히 붙었다. 모두 다섯 가지로 내용은 ▷출발하는 버스를 세우지 않고 정류소가 아닌 곳에서 승·하차를 요구하지 않을 것 ▷버스가 정류소에 완전히 정차하기 전 미리 차도에 내려오지 않고 승객대기선에서 기다릴 것 ▷승·하차 때 휴대전화 사용 가급적 자제 ▷탑승 전 교통카드나 잔돈을 미리 준비할 것 ▷승차 후에는 손잡이를 꼭 잡고 운행 중에 자리 이동은 삼갈 것 등이다.

부산시 대중교통과 박시규 버스행정팀장은 "최종적으로 자가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버스 수송률은 점차 줄고 있다"며 "시민들이 버스를 안전하고 유용한 교통수단으로 여겨야 이용률도 높아진다고 판단했다. 시가 추진하는 '행복버스 만들기'에서 승객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많은 승객들이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인식도 못 하는 것들이다. 버스가 다가오면 습관적으로 차도로 내려가고, 스마트폰을 보며 주변을 살피지 않은 채 승·하차하다 다치기도 한다. 탑승 중 자리 이동이나 서서 가며 손잡이를 잡지 않는 행동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안전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다.

■후진적 버스문화, 사고로 이어져

	시민들이 줄을 서지 않고 버스에 올라타는 모습.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2014년 10월 27일 오후 남구 대연동의 한 정류소에 있던 승객은 버스가 도착하자 습관적으로 차도로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버스는 피할 틈도 없었고 승객은 크게 다쳤다. 평소 정류장 줄서기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다리는 승객이 많을 때면 먼저 승차하려고 차도로 나가는 습관이 대형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앞서 같은 해 5월 15일 밤 사하구 괴정동에서는 버스가 정류소에서 승객들을 내려준 뒤 차 문을 닫고 출발했는데, 뒤 따르던 승객이 버스에 태워 달라며 문을 두드리다 넘어졌다. 하지만 기사는 이를 보지 못했고 계속 진행하다가 넘어진 승객의 왼손을 우측 뒷바퀴로 쳐 중상을 입혔다.

2013년 11월에도 동구 초량동의 정류장에서 승객이 무리하게 버스를 태워달라고 쫓아가다가 넘어지면서 왼쪽 발등이 바퀴에 치여 중상을 입었다. 빠듯한 배차 시간을 지키려면 정차와 하차의 시간·장소가 엄수돼야 하지만, 여기에 대한 이해가 없는 승객들이 무리해서 쫓아가 승차를 시도하거나 정류소가 아닌 곳에 하차를 요구하면서 사고는 벌어진다. 이 역시 그동안 승객 에티켓에 대한 안내나 홍보가 부족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박모(53) 씨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곳에서 승객이 갑자기 나타나므로 정류장에 설 때는 항상 긴장한다. 승객 에티켓은 안전을 위해서도 꼭 지켜야 하는 필수 지침이다"고 강조했다.

■승객 인식 전환, 안전과 직결

대중교통 가운데에서도 버스가 가장 친숙한 수단이다 보니 승객들의 안전 감각도 비교적 무딘 편이다. 하지만 무심코 하는 행동이 자칫 큰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기사들은 말한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역시 승·하차다. 정류소에서도 가급적 한 줄 서기를 지키고, 버스가 완전히 정차할 때까지는 무조건 인도에서 대기해야 한다. 개선을 위해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부산지역버스노동조합은 지난달 1일부터 매일 아침 출근 시간 부산역과 서면 등 주요 버스정류장과 버스베이(버스가 교통 흐름을 해치지 않고 안전하게 정차할 수 있도록 인도 쪽으로 움푹 들어간 공간)에서 승객이 차도로 내려가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대다수다. 심지어 캠페인에 반항하는 시민도 있다.

기사들은 스마트폰 이용에 관해서도 지적했다. 버스에 서서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쥐고 불안하게 있거나, 하차 시 스마트폰을 보느라 주변을 살피지 않다가 넘어지거나 오토바이와 충돌한다. 이 밖에도 버스 기사들은 만취한 채로 탑승해 운전기사나 손님을 위협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행위, 장시간 큰 소리로 통화하는 행위, 요금을 미리 준비하지 않아 다른 승객의 불편을 유발하는 행위, 신호대기 중에 내려달라고 조르는 행위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경성대 신강원(건설환경도시공학부) 교수는 "선진 승차문화가 조성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고, 이것이 곧 대중교통 활성화로 이어진다"고 조언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공동기획 : 부산시, 도로교통공단 부산광역시지부, 손해보험협회, 부산교통공사, 부산지방경찰청

◇ 부산시 승객 실천 매뉴얼 1. 출발하는 버스를 세우지 않고, 정류소가 아닌 곳에서 승하차 요구하지 않기 2. 버스가 정류소에 완전히 정차하기 전 미리 차도에 내려오지 않고 승객대기선에서  　안전하게 대기할 것 3. 승하차시 휴대전화 사용은 가급적 자제 4. 탑승 전 교통카드나 현금 이용 때 잔돈 미리 준비할 것 5. 탑승 후에는 손잡이를 꼭 잡고, 운행 중 자리 이동 삼가기 ※자료 : 부산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