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법인 "변호사법 위배" 맞서
- 부산지법, 리베이트 관행 제동
- "브로커 근절·수임료 투명 효과"
사건 수임과 그에 따른 성공보수(사례금) 내용을 담은 변호사와 사무장의 약정은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돼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변호사와 사건 수임을 맡는 사무장 간의 이러한 약정은 법조계 관행처럼 고착된 것이어서 이번 판결을 놓고 지역 법조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부산지법 민사6부(이균철 부장판사)는 지역 A 법무법인의 전직 사무장 B 씨가 해당 법인을 상대로 성공보수 등의 명목으로 3억4320만 원을 지급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B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2일 밝혔다. B 씨는 5년가량 이 법인에서 사무장으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2009년 B 씨는 당시 이 법인 대표변호사 C 씨와 '수임한 손해배상 등 사건(아파트 하자소송 등)의 성공보수 30%를 근무 중 또는 퇴직 뒤에라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약정했다. 하지만 B 씨는 해당 법인이 이 소송에서 승소해 성공보수를 받았지만 약정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소송을 냈다. 법인은 "이 약정은 변호사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이 약정은 아파트 하자소송의 당사자 또는 관계인을 변호사에게 소개·알선·유인하고, 변호사가 B 씨에게 그 대가로 금품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내용으로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현행 변호사법(제34조1항)은 사건 수임에 관해 사전에 금품·향응을 또는 이익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하는 것과 사건 수임 대가를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약정이 사법상 유효하다면 이른바 법조 브로커의 근절을 위한 변호사법의 입법취지가 상실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변호사법의 목적과 변호사 업무의 공공성, 이 법규 위반자에게 형사처벌이 가해지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이 약정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통상 법조계에서는 사무장 등이 사건을 유치해 변호사가 이를 수임하게 되거나 승소해 성공보수를 받게 되면 일정 액수를 사실상의 리베이트로 암암리에 제공하는 게 관행이었다. 통상 수임액의 20%, 성공보수의 30% 정도가 리베이트로 제공된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이 때문에 리베이트 약정이 무효라는 법원의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법조계 내 리베이트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다 최근 시장 포화 상태에서 치열한 수임경쟁에 직면한 변호사들이 사건 수임에 능한 사무장을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되레 사무장에게 변호사가 '고용'된다는 이야기도 업계에 파다해 이러한 관행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용한 부산변호사회장은 "이러한 리베이트 약정은 모든 법조비리의 근원으로 법조 브로커 근절을 요원하게 하는 요소"라며 "리베이트를 만회하기 위해 덩달아 의뢰인에게 수임료를 높여 받는 행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