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학교 강당·체육관 지정
- 수용 인원도 인구의 4%만 가능

지난 5일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5.0의 강한 지진 이후 대피소 정보를 찾는 시민이 늘고 있지만 허술한 안내로 불안은 커지고 있다. 지진 발생 시 대피소는 이재민의 거처 역할을 하게 되지만 여진을 감당할 내진 설계를 갖추지 않은 곳도 수두룩하다.

7일 부산 사하구 A초등학교. 이곳 5층 강당은 사하구 지진대피소 18곳 중 1곳이지만 이를 알리는 안내표지판은 찾아볼 수 없다. 학교 관계자는 "교문 앞에 팻말이 있었는데 정비를 위해 며칠 전에 떼어냈다"고 말했다. 106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작은 강당은 내진 설계가 갖춰지지 않아 완전한 대피소로 보기도 힘들다.

내진 설계가 갖춰진 또 다른 대피소 B중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안내표지판 하나 찾기 힘들었고, 학교 관계자조차 대피소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피소 중 한 곳인 동구 C여고의 인근 주민 서모(75·동구 수정동) 씨는 "수십 년을 여기서 살았지만 지진이 나면 어디로 가야 한다는 안내를 받아본 적 없다. 이 근방에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에 지정된 임시대피소는 현재 302곳으로 구·군마다 학교 강당, 체육관, 공원, 주민회관 등을 지정해 놓았지만 이 사실을 알 수 있는 경로는 없다. 부산시나 구·군 홈페이지에 제대로 안내되지 않아서다. 대부분 지진 발생 시 대응 요령만 소개하고 있다. 지진 발생 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을 알 경로가 막혀 있는 것이다. 대피소의 수용인원도 14만 명으로 부산 전체 인구의 4%에 불과하다.

대피소의 안전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대피소는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이재민이 머무르는 시설이지만, 내진 설계가 갖춰진 곳은 129곳(42.72%)에 그쳤다. 시는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 지진 이후 종합대책을 세우며 각 구에 내진 설계가 갖춰진 건물로 대피소를 새로 지정하라고 공문을 보냈으나 현재 8개 구만 정비가 이뤄졌다. 시 관계자는 "나머지 구에 대해 조속히 정비할 수 있도록 독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허술한 안내에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조효진(여·31·사하구 장림동) 씨는 "해외에서는 지진이나 해일에 대피할 수 있는 안내표지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도 안전한 장소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동구 관계자는 "방재훈련을 할 때 통장을 대상으로 지진이나 재해 대응법을 알려 주민에게 안내하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안세희 민경진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