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위치 승하차 등 운전 5계명
- 업체 33곳 매주 월·수 계도활동
- 급출발·경적·앞지르기 점차 개선

- 불편신고 정류장 무정차 최다
- "난폭운전에 대중교통 이용 꺼려"
- 정류장 정비·승객 변화 지적도

지난 4일 오전 7시30분께 부산 연제구 거제동 교대역 정류장. 부산시가 추진하는 '행복버스 만들기' 시책 중 하나인 버스 정차면 지키기 모니터링 현장이다. 화신여객 소속 직원 2명이 '버스 정차면 정위치 정차하기. 정차 후 승객 대기선에서 내려오세요'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정류소 왼쪽에 섰다. 오른쪽에는 다른 직원 한 명이 깃발을 들고 정류장을 향해 들어오는 버스를 버스 정지선에 맞춰 세웠다. 승객들은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뒤 승차했다. 화신여객 김해성 부장은 "매주 두 번 계도활동을 하고, 사내 교육도 꾸준히 해 버스 기사들도 조금씩 협조하고 있다. 서비스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부산시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부산 연제구 부산교육대학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정차면과 승객 대기선 지키기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 서순용 기자

아쉬운 모습도 눈에 띄었다. 버스가 정지선을 넘는 경우는 물론이고, 시간에 쫓긴 승객들이 승객 대기선을 넘어 도로로 몰려나가기도 했다. 앞 버스가 아직 출발하지 않았는데 뒤에 있던 버스가 승하차를 먼저 마친 뒤 앞질러 가기도 했다. 승객이 아직 자리에 앉지 않았지만 서둘러 출발해 승객이 기우뚱거리다가 손잡이를 잡고 간신히 균형을 잡는 모습도 있었다. 버스 기사 설원철(54·동원여객) 씨는 "19년째 몸에 밴 운전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 정차 때 뒤에서 경적을 울리거나 기다리는 다른 차들 때문에 빨리 출발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크다. 바쁘다 보면 나 자신도 모르게 승객이 완전히 자리에 앉기 전 출발하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놨다.

부산시가 '행복버스 만들기' 시동을 걸었다. 떨어지는 시내버스 수송분담률을 안전하고 친절한 버스 운행 서비스를 통해 반등시키기 위해 버스 기사를 상대로 계도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행복버스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유인책과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1일부터 시는 시범적으로 정류소 '정차면 지키기'에 나섰다. 부산 버스업체 33곳이 매주 월·수요일 아침마다 버스 정류소에 나와서 대시민 캠페인을 벌인다. 연제구 거제동 교대역 버스정류장에서 서구청 정류장까지 중앙로 26㎞ 구간의 110여 곳이 대상이다. 이미 정차면을 추가·정비했고, 60여 곳에 노란색 승객 대기선을 설치했다. '부산 행복버스'라는 엠블럼을 버스에 붙이고, 정위치 승하차, 라디오 청취 근절 등 5대 운전자 실천 항목을 적은 스티커를 차 안에 비치했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쥬디스태화 앞 버스정류장에서 정차면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승객을 태우고 있는 시내버스. 서순용 기자 seosy@kookje.co.kr

하지만 아직 일선 현장에는 정류소 정위치 승하차, 친절 서비스 의식, 교통안전 법규 위반 등 실천 항목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부산시 교통불편신고 및 단속결과 분석보고를 보면 지난해 접수된 버스 이용 불편 신고 건수는 총 674건이다. 무정차 정류소 통과가 410건으로 가장 많았고, 정류소 질서 문란(88건), 기사 불친절(25건) 순으로 많았다. 버스 기사의 기본적 서비스만 바로잡는다면 불편 신고 대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 시민 전영미(여·36·부산 수영구) 씨는 "안전거리 미확보 등 난폭운전이 겁나 세 살짜리 아이와 함께 외출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한 경우는 한 번도 없다"며 "버스 기사의 불친절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시가 대중교통 우선 시책·이용자 인센티브 제공 등 대중교통 이용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시책을 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유공친절버스기사회 이복국(52·국제여객) 씨는 "정차선을 바로 지키는 기사는 10~20%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어르신의 경우에는 자리까지 앉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 뒤에서 빵빵거리고 추월하면서 욕하고 지나가는 버스 기사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버스 기사 교육과 정류소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은 방향은 좋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강력한 단속이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유인책과 버스정류장 정비를 강조했다. 경성대 신강원(도시공학과) 교수는 "일방적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규정을 잘 안 지키는 기사를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적극적인 인센티브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류장에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가로수 등 방해물을 제거하고, 정차면을 늘리는 등 과감한 시설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며 "만들어 놓지도 않고 '무조건 지켜라'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부산시버스운송사업조합 김성준 과장은 "버스 이용 전반적인 문화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변화가 하루아침에 일어날 순 없다. 또 변화는 버스 기사만의 몫이 아니라 승객과 행정도 함께해야 하는 것"이라며 "조금씩이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점차 좋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공동기획 : 부산시, 도로교통공단 부산광역시지부, 손해보험협회, 부산교통공사, 부산지방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