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최대 용공 조작 사건으로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된 이른바 '부림사건'의 구속 피해자인 이호철(58)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그의 모친이 국가로부터 억대의 손해배상금을 받게 됐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해 7월 해당 사건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33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부산지법 민사6부(이균철 부장판사)는 이 전 비서관과 모친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전 비서관은 공권력의 불법·부당한 집행으로 체포·구속된 뒤 고문 및 투옥으로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을 앓았고, 특수 공안사건 전과자로 낙인 찍혀 자유로이 직업을 선택할 수 없게 되는 등 가족 전체가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비서관은 국가에 5억7300만 원, 모친은 3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국가는 불법 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헌법상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이 오히려 가해자가 돼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했고, 원고들이 입은 피해와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이 전 비서관의 위자료는 5억 원, 모친은 1억5000만 원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비서관이 앞서 형사보상금 1억2700만 원을 받은 점을 감안해 국가는 이 전 비서관에게 이를 제외한 3억7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