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행령 '환경개선에 사용' 불구
- 일반회계로 행정 전반에 지출
환경 개선에 쓰여야 할 환경개선부담금이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경개선부담금이 사실상 목적세인 만큼 특별회계나 기금을 마련해 해당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9일 본지가 지역 16개 구·군에 환경개선부담금 징수교부금의 회계 절차를 확인한 결과 모든 기초단체가 일반회계로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부산시는 2000년 시 환경보전기금을 만들어 약수터 미생물 살균기 설치, 악취 배출업체 개선 자금 지원, 환경단체 지원금 등 본래 용도로 썼다.
환경개선부담금은 오염 원인 제공자에게 처리비용을 부담토록 해 환경오염을 줄이려고 경유차 사용자에게 부과한다. 기초단체가 징수해 환경부에 내면 환경부는 이 가운데 10%를 광역단체에 내려준다. 부산시는 지난해 453억 원을 걷었고, 이 가운데 10%인 45억3000만 원을 돌려받았다. 시는 이 중 25%인 8억8800만 원을 환경보전기금 수입으로 잡은 후, 나머지를 징수액에 비례해 각 구·군으로 배분했다.
환경개선비용부담금법 시행령은 '지급 받은 금액은 부담금을 부과하고 징수하는 데 드는 경비와 관할 구역 환경 개선에 필요한 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사용 용도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16개 구·군은 돌려받은 33억9000만 원을 세외수입으로 잡아 일반회계에 편성했다. 일반회계는 지출 용도를 정하지 않고 행정 전반에 사용되는 돈이다.
금정구의회 정종민 의원은 "불법주차 단속으로 얻은 수입은 특별회계로 편성해 주차장 신설 등에만 사용할 수 있다. 미세먼지 문제로 온 사회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개선부담금도 명백히 환경개선에만 쓰인다는 점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대 최병호(경제학부) 교수도 "환경개선부담금은 환경 보호라는 특정 목적을 위해 걷는 일종의 '목적 부담금'이다. 기금이나 특별 회계 형태로 전환해 해당 목적만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A구 관계자는 "주차장 특별회계처럼 시에서 지침을 내린 것도 아니어서, 사용하기 편한 일반회계로 사용하고 있다"며 "다른 구도 일반회계로 쓰는 상황에서 우리 구만 별도의 기금을 만들어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환경부가 환경개선부담금을 지자체로 돌려주는 것은 더 많이 걷으라는 뜻"이라며 "돌려받은 돈은 지자체가 판단해 쓰라고 회계 절차를 따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