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도시철도 수송분담률42.2%
- 부산시 매년 3200억 원 적자보전
- 시민 교통혼잡 비용도 전국 최고

- 공영주차장 급지 조정 요금 인상
- 무료환승 등 편의 개선 힘썼지만
- 작년 대중교통 이용객 되레 감소

- 부산시 승용차 요일제 혜택 확대
- 교통유발부담금 상향 조정 계획
- 전문가 "시민, 적극적 참여 절실"

지난해 11월 말 부산시 차량등록사업소에 등록된 승용차 대수가 100만703대를 기록하면서 부산은 명실상부한 승용차 100만 대 시대에 접어들었다. 부산시는 이에 앞서 2015년을 '대중교통 활성화 원년'으로 선포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대책을 쏟아냈지만 승용차 수가 100만 대를 돌파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의 대중교통 활성화 대책이 왜 효과를 내지 못했는지, 또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여 승용차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대중교통 활성화 천명 배경과 성과

28일 오후 퇴근 시간 부산 도시철도 동래역 앞 중앙대로에 차들이 몰려 정체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부산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지난해 기준 42.2% 수준으로, 시가 버스와 도시철도 등 대중교통 수단의 적자를 보전하는 데 들이는 돈은 해마다 3200억 원에 달한다. 또 부산 시민이 부담하는 교통 혼잡비용(교통 혼잡 탓에 자동차가 멈춰 서거나 서행하는 동안 추가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 비용)은 한 사람에 113만 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시는 2020년까지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6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대중교통 편의성을 개선하고 이용객을 늘리는 데 치중했다. 시내·마을버스와 도시철도 간 무료환승제를 도입하는 한편 도시철도의 중복 노선을 줄이고, 160여 개 버스 정류소를 옮기거나 이름을 바꿔 이용자가 편하도록 노력했다.

37곳의 도시철도역과 버스 정류소 간 거리를 단축하는 한편 도시철도역 내 엘리베이터와 승강장 안전문(PSD)을 설치하는 작업도 병행해왔다. 서병수 시장이 직접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고, 구·군 단체장들이 여기에 동참하며 모범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대중교통을 이용한 시민의 수는 2014년보다 오히려 2만 명가량 줄어든 90만 명선으로, 시의 이 같은 시도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우선 지난해 부산뿐 아니라 전국을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대중교통 이용객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파악했다. 시는 또 대량 신차 출시와 개별소비세 인하, 이례적인 유가 하락 탓에 승용차 구입·주행 여건이 좋아졌던 것 또한 대중교통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요인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시는 대중교통 활성화와 함께 추진한 승용차 억제 정책이 급격한 승용차 쏠림을 어느 정도 막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교통이 혼잡한 11개 동의 공영주차장을 1급지로 조정해 요금을 올리고, 남산·온천장·명륜·하단역 인근의 역세권 주차장 야간 할인 제도를 폐지하는 등 18년 만에 공영주차장 급지를 조정한 것이 실효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또 가변차로제 확대와 진양램프 출퇴근 시간 통제, 승용차 요일제 참여율 상승 등도 혼잡 줄이기에 이바지한 원인으로 본다.

■교통수요 관리 역점, 시민 협조도

올해 시는 교통유발부담금을 상향 조정하는 한편 승용차요일제 운영 활성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등 승용차의 교통수요 관리에 역점을 둔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교통혼잡통행료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시는 1997년 조례 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인상하지 않은 교통유발부담금을 물가상승률과 급증하는 교통혼잡도 등을 고려해 현실화할 계획이다. 2014년 도시교통정비 촉진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시도 교통유발부담금 등에 관한 조례를 손봤다. 개정 전후를 비교하면 ㎡당 부과할 수 있는 금액은 350~700원에서 350~2000원으로 조정됐다. 시의 계산에 따르면 한 해 평균 17.5%의 인상률을 적용할 경우 2014년 170억 원 수준이던 교통유발부담금 세입이 2020년까지 441억 원으로 배 이상 높아져 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2010년 도입한 승용차 요일제는 참여자가 특정 요일 오전 7시~오후 8시까지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 것이다. 시는 지난해 전체 승용차 가운데 1만5000대 참여를 목표로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편의를 높였다. 이에 표면적으로는 1만8610대(가입률 16.7%)가 승용차 요일제에 참여했지만, 승용차 증가를 고려하면 가입률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에게는 자동차세를 10% 할인하고 공영주차장에서는 반값 주차비만 징수한다. 또 주거지주차비 20% 할인, 민간 가맹점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비상 상황을 고려해 1년에 4회까지는 미준수를 허용한다. 시는 올해 민간 가맹점 2800여 개 업체를 정비해 시민이 선호하는 가맹점을 발굴하는 한편 캠페인과 이벤트를 벌여 2020년까지 가입률을 20%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시는 또 서울 남산과 런던, 밀라노 등 국내외에서 효과를 거둔 교통혼잡통행료제 도입을 두고 지난해 하반기 부산발전연구원에 용역을 맡겼다.

부산대 정헌영(도시공학과) 교수는 "철도 기반에 버스가 보완제 역할을 하는 선진국에 비해 국내의 경우 사정이 반대라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 유도가 어렵다"며 "승용차 요일체 참여 등 승용차 이용과 대중교통을 병행하는 시민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 권갑현 부산시 교통운영과장

- "시민들 자가용 억제 정책 공감하나 통행료 인상엔 부담"
- 부산 교통상황 심각성 인식 불구
- 시민반발 우려 시책 추진 어려움
- 대중교통 여건 개선 만으론 한계
- 차량 이용료 늘려야 교통난 숨통

"조사 결과 시민 10명 중 7명은 부산의 교통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끼고, 더 강한 승용차 억제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통행료 부담이 커지는 것에는 반대하는 응답률도 61%에 달합니다."

부산시 권갑현(사진) 교통운영과장은 2년 차를 맞는 '대중교통 중심도시 부산' 시책 추진의 어려움에 대해 이같이 털어놨다. "시민이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만큼 통행료 인상은 가장 확실한 승용차 억제책이 될 수 있지만, 당연히 시민 반발도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시가 처한 딜레마"라고 권 과장은 설명했다.

하지만 시는 지난해 시책 추진 과정에서 단지 대중교통 자체의 이용 여건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승용차 운전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지난해 7월 시내·마을 버스와 도시철도 간 환승요금(200원)을 폐지했던 게 대표적이다. 권 과장은 "환승요금 폐지에 따른 실효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도시철도역과 버스 정류소 사이 거리 등 대중교통 간 환승 불편도 충분히 개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민 반발을 고려하더라도 주차요금 등 승용차 이용 시 드는 비용을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부산 전체의 교통이 숨통을 틀 수 있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권 과장은 "2020년까지 매년 평균 17.5%씩 교통유발부담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16개 구·군의 무료 공영주차장을 유료화하는 방안도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며 "도시교통촉진법 시행령이 개정돼 부산에서도 교통혼잡통행료제를 도입할 수 있으면 이 또한 상당한 효용을 띨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권 과장은 "승용차 이용 시 드는 비용을 조정하는 것은 운전자에게 부담을 지우거나 세수를 마련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부산 전체의 교통 여건을 개선하려는 시도로 이해해달라"며 시민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했다.

※공동기획 : 부산시, 도로교통공단 부산광역시지부, 손해보험협회, 부산교통공사, 부산지방경찰청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