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 현황

- 부산해경 통역사 2명과 출국
- 유족·광동해운 직원도 현지로
- 세이셸 공화국에 협조 요청

# 광현호 상황

- 항해사·인니 선원 교대 운항

# 원양업계 분위기

- 사건 확대 해석 자제 속 침통
- 다국적 선원 소통 대책으로
- 외국인 해기사 채용 재점화

해경이 지난 20일 새벽 인도양 세이셸 군도 인근에서 발생한 한국 원양어선 광현 803호 살인사건(본지 21일 자 6면 보도) 조사를 위해 수사팀을 현지로 급파하는 등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철야·배 내부 수사 병행

부산해양경비안전서 소속 특별수사팀 7명과 통역사 2명(베트남·인도네시아어)이 21일 밤 11시55분 인천공항을 통해 세이셸 군도로 출국했다. 유족 4명과 광동해운 직원 3명도 같은 비행기로 출국했다.

부산해경은 이번 사건이 한국 국적 선박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인 만큼 수사·재판 관할은 국내 사법당국에 있다고 밝혔다. 2011년 1월 인도양을 항해 중이던 삼호해운 소속 선박을 납치하고 일부 선원에 중상을 입힌 혐의로 국내에 압송된 소말리아 해적 사례와 같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베트남 선원 2명을 살인 피의자로 특정하고 국내 송환 날짜에 맞춰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22일 오후 8시30분 현지에 도착하면 베트남 선원 2명의 신병을 확보한 뒤 사건 경위와 범행 동기, 공범 여부 등을 추궁할 계획이다. 광현호 803호 선원들도 참고인 조사를 벌이고, 피의자 2명은 시신 검안과 현장 검증 등을 마치는 대로 국내로 압송한다. 부산해경 수사팀은 빅토리아항 인근 호텔에 숙소를 구했다. 사건 처리가 시급한 만큼 철야 조사와 배 내부 수사를 병행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현재 광현 803호는 한국인 항해사 이모(50) 씨와 인도네시아 선원 W(30) 씨가 교대로 운항하고 있다. 2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세이셸 공화국 빅토리아 항구에 입항할 예정이다. 부산해경은 주 에티오피아 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세이셸 공화국에 협조를 요청, 공화국 코스트 가드(해경)가 빅토리아항으로 돌아오는 광현 803호를 호위해 항해사 이 씨 등이 안전하게 돌아오게 할 방침이다.

선원들은 현지 사건 현장의 악취를 피하기 위해 선실에서 밖으로 나와 뱃머리 갑판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항해사 이 씨는 배 안에 남아있던 양주 1병 등 술을 모두 바다에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착잡한 원양업계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원양업계는 침통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술에 의한 우발적 범행일 수도 있는 만큼 사건을 확대해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원양업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급격히 늘어난 외국인 선원과 한국인 선장 사이의 소통을 강화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다국적 선원 문화가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선장과 선원, 선원과 선원 사이의 소통을 담당하는 기능이 없다.

한국원양어선선장협회 이재옥 회장은 "경력이 많은 외국인 선원을 중간 간부 격으로 둔다면 선장과 다른 외국인 선원들을 조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원양업계가 외국인 해기사 도입을 꾸준히 논의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도입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원양산업협회 측도 "애초 외국인 해기사 제도는 해기사가 부족한 현실을 반영해 나온 논의인데, 중간 간부 선원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본다면 선원 통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국원양산업노동조합 측은 "국내에서도 해기사를 해마다 양성하고 있는데 외국인을 고용하겠다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단일 사건을 두고 원양업계가 범죄의 온상인 양 여기기보다는 향후 인재들이 원양산업을 기피하지 않도록 비전을 마련하는 일에 신경 써야 한다"고 협회와 다른 견해를 밝혔다.

민경진 김봉기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