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또다시 무산됐다. 정부는 대신 기존의 김해공항을 대폭 확장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영남권을 대표하는 지역 거점공항 조성'에 방점을 찍었다. '동남권 제2 허브공항' 건설을 갈구한 부산시의 계획도 물 건너갔다. 또 '신공항 밀양 유치'를 주장한 대구·경북·경남·울산 4개 시·도는 충격적인 반응을 쏟아내고 있어 극심한 지역갈등을 초래한 신공항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분노와 허탈- 동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된 21일 오후 조정희 김해공항 가덕 이전 시민추진단 이사가 부산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불복종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대구상공회의소를 빠져나가며 눈물을 닦고 있는 강주열 위원장을 비롯한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추진위원회 관계자들 .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연합뉴스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에 대한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을 벌여온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과 국토교통부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종보고회를 열어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장 마리 슈발리에 ADPi 수석 엔지니어는 "부산 가덕도, 경남 밀양, 김해공항 확장 등 3개 후보지로 최종 압축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ADPi는 평가 기준 목록으로 ▷운영상 고려사항 ▷전략적인 고려사항 ▷사회경제학적인 고려사항 등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ADPi는 특히 신공항 후보지가 선정됐을 때 법적·정치적인 후폭풍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김해공항 확장안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동남권 신공항'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동떨어져 '논란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해졌다.

부산시와 지역 시민시회단체들은 "360만 부산시민을 무시한 처사" "지역갈등을 피하고 보자는 미봉책" "불공정 용역" 등의 비판을 쏟아내면서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경북·경남·울산 4개 시·도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용역 결과다"는 등의 반응이 나와 앞으로 만만찮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영남권 각 지역 기반의 여야 정치권 인사들의 입장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신공항 건설 백지화에 따른 정치적 파문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해공항은 소음피해와 북쪽의 장애물이라는 태생적 걸림돌 때문에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해공항 확장안은 2002년부터 2009년까지 6차례에 걸친 용역에서도 모두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고 국토부도 '24시간 공항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김해공항 확장 방안은 영남권 거점공항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대안"이라며 "5개 지자체가 합의한 방식에 따라 입지평가 결과가 나온 만큼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번 평가 결과를 수용하여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김경국 정옥재 기자 thrk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