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예산 30억…우선 순위 안돼"
- 소송서 승소한 대단지부터 배정
- 소송비 부담 소형아파트는 외면
부산시가 수년째 동서고가로 인근 아파트의 소음공해 피해를 무시하고 방음터널 공사를 미뤄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미세먼지와 소음에 시달리고 있지만, 소송을 제기하는 등 '목소리 큰' 대규모 아파트단지 주변부터 시가 방음터널 공사를 해주는 탓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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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부산 동서고가로와 불과 15m 떨어진 사상구 주례동 대성아파트 입주민들이 소음과 분진으로 고통받고 있다. 전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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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2시 사상구 주례동 대성아파트. 5층짜리 8개 동(420세대)으로 이뤄진 아파트 단지와 동서고가로 사이의 거리는 15m에 불과했다. 도로변에 바로 접한 건물에 오르니 동서고가로는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창문틀에는 이미 새까만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문을 열자 더운 열기와 매캐한 공기가 훅 들어왔다. 이 아파트에 사는 설명자(여·57) 통장은 "무더운 여름에도 창문을 열 수가 없고, 매일 걸레질을 해도 새까만 먼지가 한가득 묻어나온다"며 "동서고가로는 물론 아파트 앞에 유턴 구간까지 생겨 차량 통행이 엄청나다. 6, 7년째 미세먼지를 들이마셔 시에 방음터널 설치를 요구해도 소송을 제기한 아파트에 우선순위가 밀렸다는 대답뿐"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는 동서고가로와 반여고가교, 송정 지하차도 인근 아파트와의 소송에서 패소한 곳부터 길이 220~434m의 방음터널을 설치하고 있다. 방음터널은 한쪽 면만 막은 방음벽과 달리 지붕까지 만들어 소음과 먼지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현행법상 도로변 소음환경 기준치는 주간 65㏈, 야간 55㏈. 법원은 이 기준을 초과하는 교통 소음 발생의 책임을 시에 물어 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는 시를 상대로 이 같은 소송을 진행하기 힘든 대성아파트와 같은 소규모 아파트는 방음터널 설치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아파트는 세대 수가 적어 소송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올해도 대성아파트 구간에 방음터널 설치를 위해 30억 원의 예산을 신청했으나 소송 결과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예산 반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 오보근(사상2) 의원은 "시가 소송을 벌일 여력이 없는 소규모 아파트 입주민의 소음·분진 고통을 외면하고, 소송에 져야지만 조처하고 있다"며 "고가도로 주변 주거지에 관한 전수조사를 벌여 차별 없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