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역 끝나고 발표 남긴 시점
- 강경한 불복 선언 대신
- 전국 공감대 형성 전략 선회

- 입지 당위성과 우월성 알려
- '핌피' 치부 수도권 시선 바꾸고
- 정부 공정한 결정 유도하기로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부산시와 시민사회가 가덕 신공항 건설의 당위성 알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이 20일 용역 결과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면 국토부는 청와대 보고와 조율을 거쳐 24일 최종 입지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정무적인 판단'이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밀양 선정시 용역 결과에 대한 불복을 이미 선언했기 때문에 가덕 신공항의 당위성에 관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 정부를 압박하고 최종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다는 게 시와 시민사회의 복안이다.

16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김해공항가덕이전 시민추진단 비상총회에 참석한 시민추진단 대표들이 가덕 신공항 건설의 당위성과 입지 조건의 우월성을 알리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가덕 신공항 국민 공감대 형성"

김해공항가덕이전 시민추진단은 16일 오후 부산상공회의소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시민추진단은 호소문을 통해 신공항 건설 경위와 가덕 입지의 타당성, 현재 진행 중인 용역의 공정성 훼손 등을 설명하고 "이번 신공항 입지 결정이 역사에 또 다른 과오가 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눈과 귀가 되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중구 광복로에서 시민 3만여 명이 모인 궐기대회를 공동주최했던 시민추진단은 이날 불복 선언과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호소문으로 방향을 틀었다. 시민사회의 이 같은 기류 변화는 용역이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에서 고정 장애물 누락 등 불공정 용역에 관한 반발과 불복 선언보다 대국민 여론전을 통해 정부의 정무적인 결정에 영향을 주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용역의 목적이 밀양과 가덕 중 최종 입지를 직접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영남권 5개 공항의 활성화 정책 제시이므로 ADPi가 결론을 내리지 않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국토부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가덕신공항의 당위성과 입지의 우월성에 관한 여론을 조성하면 정부가 터무니없는 결정을 내리는 데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게 시민사회의 판단이다.

최근 중앙 언론들이 부산과 영남권 4개 시·도의 신공항 갈등을 '핌피(PIMFY) 현상'이나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하는 등 수도권 여론이 악화된 것도 이런 입장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또 서병수 시장 등 시를 중심으로 "가덕이 밀양에 비해 절대 불리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불복 선언 등 강경 대응보다 여론전을 펼쳐야 한다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 시장은 지난 14일 시청 기자실을 찾아 "요즘 시중에 가덕이 불리하다는 이야기는 별로 없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서 시장이 오는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도 가덕 후보지의 우월한 입지 조건을 알리고 지역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상생방안을 통해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려는 조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전액 국비에만 의존하는 밀양과는 달리 부산은 국비 50%와 민자 40%, 시 10% 직접 투자를 통해 신공항 건설과 운영에 관한 열망과 책임감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민추진단 이갑준 운영위원(부산상의 상근부회장)은 "최근 밀양으로 내정됐다는 이야기보다 가덕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많다"며 "가덕 신공항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시민추진단의 상경 집회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복 선언 등 강경한 목소리도

이날 비상총회에서는 불복 선언 등 강경한 입장을 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정 장애물 고의 누락 등 불공정한 용역이 진행된 만큼 밀양에 유리한 결과가 우려되므로 용역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시민추진단 박인호 운영위원은 "2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서 시장이 용역 합의 파기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정창식 운영위원도 "서 시장이 국회 기자회견에 지역 국회의원을 대동하고 나서서 강경한 입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로 공동대표는 "불공정한 용역이 진행된 현 상황에서는 용역 무산 선언 외에는 별다른 카드가 없다"고 주장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