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용역 결과가 '배점기준'에 따라 판가름날 예정인 가운데 이 기준을 검증하는 기관 선정이 편파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0일 새누리당 김도읍 국회의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강호인 장관은 지난 9일 회동에서 "모든 항목 배점은 용역사에 일임했다. 항목과 배점을 평가할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자문을 구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이 언급한 OECD란 OECD 산하 국제교통포럼(ITF)을 말한다. 신공항 용역(주계약자 한국교통연구원)의 객관성과 공정성 및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ITF에 철저한 검증을 맡겼다는 말이다.

하지만 국토부 항공담당인 최정호 2차관이 최근 ITF 의장을 맡을 정도로 이 포럼은 국토부와 친밀하고 국토부 영향권에 있는 단체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이 의장으로 있는 포럼에 자문을 맡김으로써 '자기 검증'이 아니냐는 지적을 자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배점기준에서 고정장애물(산 아파트단지 등) 항목이 별도로 취급되지 않아 밀양 측에 매우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 때문에 부산권의 반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ITF는 OECD 내에서 교통정책을 담당하는 장관 회의체다. ITF의 호세 마누엘 비에가스 사무총장은 지난해 11월 9~11일 국토부가 주최하고 교통연구원이 주관한 '유라시아 교통물류 국제심포지엄'의 한 토론 세션에 좌장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교통연구원은 최근 10년 내에 여러 차례에 걸쳐 ITF와 공동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이처럼 용역의 검증을 맡은 기관이 용역발주자인 국토부나 용역주관사인 한국교통연구원과 활발한 교류를 주고받았다는 점은 검증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ITF에서 유럽과 일본의 항공전문가들을 초빙해 이번 검증을 맡았기 때문에 국토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25~27일 세 차례에 걸쳐 과업지시서에 명시된 자문위원회의를 열었지만, 이 역시 형식적 절차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