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항공사들은 항공기 이착륙 때 발생할 수 있는 불시착에 대비해 비상착수 훈련을 한다. '비상착수'란 해상에 항공기가 추락했을 때를 가정해 승객들을 탈출시키는 과정이다. 이 용어에서 알 수 있듯 바다를 끼고 있지 않거나 산으로 둘러싸인 공항에서는 비상탈출이 어렵다는 뜻이다. 최악의 경우 승객들과 승무원들의 생존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항공기가 해상에 추락했을 때를 가정한 '비상착수' 훈련을 하고 있다. 승무원들이 타고 있는 구명보트는 항공기에 부착됐던 비상슬라이드(계단형 탈출시설)를 분리한 것이다. 정옥재 기자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바다가 없는 밀양은 태평양을 끼고 있는 가덕도보다 비상시 대처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가덕도와 함께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경남 밀양시 하남읍 일대는 험난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공항 조성을 위해 산을 깎는다고 해도 바다가 없어 비상착수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폭 1.1~1.2㎞의 낙동강이 있기는 하지만 시속 200~300㎞로 추락하는 항공기(동체 길이 70m가량)가 원활하게 비상착수를 하기 어렵고 특히 야간에는 산과 아파트 단지 등 후보지를 둘러싼 고정장애물과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항공전문가들의 견해다.

가덕도는 낙동강과 태평양을 끼고 있는 지리적 이점으로 비상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 실제로 김해공항 인근에도 낙동강이 있지만, 2002년 중국 민항기 추락 사고가 발생했을 때 돗대산에 추락해 승객 대부분이 사망한 사례가 있다. 해상이나 해변에 있는 공항이었더라면 해상으로의 비상착수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산이나 강보다는 바다 인근에 공항이 있어야 대형 참사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항공사들이 비상시 대피 훈련을 산이 아닌 바다와 같은 환경에서 하는 것을 봐도 명백히 알 수 있다.

대한항공은 서울 강서구 소재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연면적 7695㎡, 지하 2층 지상 2층)의 대형 풀에서 비상착수 훈련을 한다. 승객들이 탈출하면 비상슬라이드가 항공기로부터 분리돼 바다 위에 뜨고 이 비상슬라이드는 구명보트 역할을 한다. 야간이라면 조명탄을 터뜨려 위치를 알려 구조대를 기다린다.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등 항공사들이 대형 풀에서 대피 훈련을 하는 이유는 산보다는 바다에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