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개월간 만수위보다 1m 낮춰
- 철새 서식·휴식처 마련해주고
- 영농철 물부족 땐 낙동강물 공급

경남 창원시와 한국농어촌공사 창원지사, 한국수자원공사(K-water) 경남부산본부가 주남저수지를 찾는 철새와 공존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우리나라 최대 철새 도래지로 꼽히는 주남저수지의 수위를 철새들이 안정적으로 서식·휴식할 수 있게 겨울철 3개월간 일정하게 낮추기로 했다.

창원시는 2개 기관과 협의해 해마다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주남저수지 수위를 철새들의 안정적인 서식 환경인 3.2m로 낮추기로 하고 '상호협력 구축을 위한 협약'을 했다고 7일 밝혔다.

주남저수지의 만수위는 4.2m. 농어촌공사는 저수지 주변에서의 봄철 영농에 필요한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매년 만수위를 고수했다.

지난해 11월에도 창원시가 여러 차례 철새를 위해 물 빼기를 요청했으나, 한 달 이상 지난 지난 12월 18일에야 저수지 물을 방류해 수위를 3.2m 로 낮췄다. 3.2m 수위는 재두루미 등 주남저수지를 찾는 철새들이 저수지에서 쉬면서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모래톱이 생기는 높이다. 이보다 수위가 높으면 모래톱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철새들이 주남저수지를 찾는 오는 11월부터는 모래톱이 생길 정도로 수위를 낮추게 된다. 저수지 방류 시 물을 하천으로 흘러보내지 않고 저수지와 연결된 공업용수 관로를 통해 수자원공사 쪽에 보내 대체수원으로 활용하게 하고, 만약 봄철에 농업용수가 부족하면 수자원공사의 본포취수장에서 낙동강 물을 퍼 올려 주남저수지에 공급하도록 했다. 낙동강 물을 퍼 올리는 데 드는 전기료 등은 창원시가 부담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으로 우선 철새들이 겨우내 안정적으로 주남저수지에서 서식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창원시가 추진 중인 생태관광 인프라 조성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게 됐고, 주남저수지 수위 조절을 둘러싸고 해마다 반복된 환경단체와 지자체, 각 기관 간 갈등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박재현 창원시 제1부시장은 "이번 철새 서식환경 조성을 위한 물 관리 협약으로 주남저수지를 찾는 겨울 철새와 저수지 주변 농민이 공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저수지는 898㏊에 달하는 철새 도래지이다. 1980년 가창오리 5만 마리가 월동하는 것으로 확인돼 이 저수지의 존재감이 부각됐다. 주남저수지는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 205-2호인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한 천연기념물 16종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0종 등 100여 종의 철새가 겨울마다 찾아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라 불린다.

노수윤 기자 synh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