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발연 분석 자료 보니
- 산봉우리 장애물 외 조류와 충돌 우려도 커

- 주남지·화포천 등 철새 수만 마리 이동 경로와 이착륙 구간 상당수 겹쳐
- 대형 참사 부를 수도…가덕 안전성 크게 앞서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 중 한 곳인 경남 밀양 하남지역이 산봉우리 등 고정장애물뿐만 아니라 철새와 같은 이동장애물에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발전연구원은 밀양 하남이 화포천(4㎞)과 주남저수지(7㎞), 우포늪(30㎞) 등 철새 서식지와 인접해 항공기와 조류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의 위험성이 크다고 6일 밝혔다.
신공항 후보지인 밀양 하남평야는 철새 도래지의 중앙에 있는 데다 먹이가 풍부한 강을 따라 이동하는 철새의 습성을 고려하면 항공기의 이착륙과 철새들의 이동 경로가 겹칠 가능성이 크다.

국적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은 2010년 119건에서 2014년 234건으로 배 이상 급증하면서 항공기 안전의 가장 큰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이 공항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평가한다.

밀양 하남 인근 화포천과 화포습지에 독수리와 큰고니, 기러기류 등 20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이들 새는 대형 조류로 항공기와 충돌하면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또 주남저수지에는 재두루미 300마리, 큰고니 600마리, 기러기류 4000마리 등 1만여 마리의 새가 살고 있다. 하남지역 낙동강에는 멸종위기종Ⅰ급인 흰꼬리수리 등의 조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최대 규모인 우포늪 역시 수만 마리의 철새가 머문다. 조류는 쇠물닭, 논병아리 등 텃새와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를 비롯해 청둥오리, 쇠오리, 기러기 등 62종이 있다. 겨울철새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들 철새는 낙동강을 따라 이동해 밀양 신공항 후보지의 항공기 이착륙 경로와 겹친다.

반면 가덕도는 철새 서식지인 을숙도에서 15㎞ 떨어져 있어 버드 스트라이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밀양보다 안전하다. 을숙도와 9㎞ 떨어져 있는 김해공항의 조류 충돌 발생(2006~2010년)이 35건으로 김포공항(83건)보다 적은 점은 이를 입증한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자칫 대형 항공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은 김해공항에서 새 떼를 쫓는 모습. 국제신문DB

부발연 최치국 박사는 "을숙도와의 거리가 김해공항보다 먼 가덕도의 조류 충돌 가능성은 매우 작을 것으로 관측된다"며 "밀양은 산봉우리와 같은 고정장애물에 대한 안전성 문제뿐만 아니라 철새라는 이동장애물에서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발연이 지난해 밀양 하남 일대의 동식물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식물 총 91과 250속 392종, 조류 64종 4050개체가 서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산림지역에는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종 Ⅱ등급인 담비가, 낙동강 수변에서 멸종위기종Ⅰ급인 수달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철새의 서식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로 경남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밀양 신공항 건설에 반대 입장을 보여 공항 건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예상된다.


◇주남저수지- 철새 개체 수 1만 마리

재두루미 300개체, 큰고니 600개체, 기러기류 4000개체


◇화포천- 철새 개체 수 2000마리

독수리 200개체, 큰고니 50~100개체, 기러기류 1000개체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비행기와 새가 부딪히는 것을 말한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대개 비행기가 이착륙하거나 저공비행 때 발생한다. 새들이 주로 낮게 날기 때문이다. 새가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2009년 1월 15일 미국 뉴욕에서 출발한 US항공 소속 여객기가 이륙 직후 새 떼와의 충돌로 엔진 2개가 손상돼 허드슨 강에 비상착륙하기도 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