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우산 어린이재단·한국수력원자력(주) 고리원자력본부·국제신문 공동기획
5살인 현수(가명)는 '엄마'라는 말이 쉽지 않다. 발음을 제대로 못할 뿐만 아니라 엄마가 두렵기도 하다. 산후 우울증을 앓은 엄마는 현수 남매에게 자주 소리를 질렀다. 이제 7살, 5살, 4살인 아이들에게 욕설을 하고 흉기로 위협하기도 했다.
하루는 엄마가 외부와 통하는 모든 문을 닫고 가스 밸브를 잘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 남매들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상태였고, 엄마는 1시간 만에 아빠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일로 가스 공급이 끊기고 집주인은 집을 비워달라고 말했다.
아빠는 게임 중독으로 일을 거의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도 무관심했다. 남매가 보는 앞에서 부부 싸움이 잦았다. 이러한 부모의 폭력과 방임으로 현수 남매는 집으로 들어가길 거부해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맡겨졌다. 첫째 현아(가명)는 정서적으로 불안함을 보이고, 막내 현석(가명)이는 또래보다 반응이 조금 느리지만 보호기관의 보살핌으로 바르게 자라고 있다.
반면 둘째 현수는 5살이지만 말과 행동이 더뎌 아직도 기저귀를 차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낀다. 검사 결과 사회성숙도가 만 1세 4개월 수준에 그쳤다. 언어 검사에서는 2년 9개월 수준으로 나와 언어발달 지체로 분류됐다. 일상에서 필요한 언어를 많이 들려주고 일상생활 습관을 길러주려고 하지만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학습하는 과정에서 다른 아이의 바르지 못한 행동을 따라할 수도 있다.
아동보호 전문기관 관계자는 "현수가 부모의 학대와 방임으로 생긴 정서적 불안 증세를 치료받고, 또래와 상호작용하며 잘 어울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심리치료와 언어치료를 통해 나이에 맞는 언어 수준과 신변 처리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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