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가 부대시설 운영·납품 독점
- 업체에 10억 대 리베이트 챙겨
- 교수 의약품 처방대가 거액 수수
- 부원장은 문제 유출시켜 딸 채용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백병원의 비리는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했다. 백낙환(90) 전 이사장 일가가 사실상 소유한 '간납업체'는 백병원의 경영난 속에 배를 불렸고, 소속 교수는 특정 의약품을 처방하면서 고가의 외제 승용차 구입 할부 대금을 뒤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갑질'과 함께 백 전 이사장의 친척인 행정부원장은 부정한 방법을 사용해 딸을 병원 직원으로 채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백 전 이사장은 백병원의 의약품 외 의료기기, 치료재료 구매 업무를 위탁받아 대행하는 A사를 설립한 뒤 백병원의 커피숍과 식당, 장례식장 등 부대시설 운영은 물론 의료기기·부식·사무용품 등의 납품을 독점했다. 백병원은 5년 동안 순이익을 올리지 못했지만 A사는 이 기간 1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백 전 이사장 일가와 A사의 전 대표 박모(60·구속기소) 씨 일가에게 112억 원이 배당됐다.

이와 동시에 박 씨는 백병원 전반의 납품 독점권을 쥐고 커피숍과 장례식장 등 부대시설 입점 관계자에게 13억 원 이상을 받아 이 가운데 10억 원을 백 전 이사장에게 상납하고, 3억 원 이상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지역 한 백병원의 커피숍 운영자는 이들에게 수년 동안 8억5000만 원을, 장례식장 운영자는 3년6개월간 4억6500만 원을 상납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씨는 백병원의 의약품을 독점 납품하는 B사가 백 전 이사장이 사실상 지배하는 A사의 주식 16.5%를 보유해 약사법 규정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간파했다. 이에 박 씨는 이 주식을 백 전 이사장 일가와 자신 명의로 매수하기로 하고, 백 전 이사장과 공모해 A사가 해운대백병원 장례식장 내부 시설공사를 위해 투자받은 30억 원을 주식 매수에 사용한 혐의가 적용됐다. 약사법은 의료기관 개설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도매상 의약품 판매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백 전 이사장이 이 법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번에 구속기소 된 해운대백병원 주모(53) 교수와 C제약사 간부 김모(43) 씨는 의약품 독점판매대행업체(중간 대형도매상) 관계자 이모(49) 씨에게서 의약품을 처방하고 독점 판매권을 확보하는 대가로 각각 1억2308만 원과 1억3377만 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이 씨는 C사에 근무할 때부터 주 교수의 운전기사 노릇은 물론 각종 심부름과 골프·향응 접대, 숙소 예약·결제, 해외여행 경비 조달을 해가면서 친분을 쌓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그 뒤 이 씨는 이를 이용해 C 사로부터 독점판매 대행권(개당 수수료 30%)을 받았고 그 대가로 이들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가 적용됐다.

이와 함께 부산백병원·해운대백병원 행정부원장 백모(51) 씨는 지난해 6월 재단 관리본부장과 재단 인사국장, 해운대백병원장 등에게 딸을 병원 직원으로 채용해줄 것을 청탁한 뒤 올해 3월 3차 면접을 앞두고 면접위원인 해당 병원 경리부장에게 면접 문제와 모범 답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당시 3명을 뽑은 이 병원 행정 신규직원 공채는 328명이 몰려 10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후 면접 대상자(12명) 중 11등이었던 백 씨의 딸은 3등으로 순위가 급등해 채용됐다고 검찰은 발표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