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망신주기 수사로 유명세

'정운호 게이트'로 촉발된 최근 법조 비리의 핵심 인물인 검사장 출신 홍만표(57·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가 27일 검찰을 떠난 지 5년 만에 친정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그는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으로, '박연차 게이트'가 터졌을 때 고 노무현 대통령 수사를 지휘하면서 '전직 대통령 망신주기 수사' 등 각종 논란으로 유명세를 탔다.

정운호 게이트를 둘러싼 법조 비리의 핵심 인물인 홍만표 변호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27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wylee@kookje.co.kr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홍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과 탈세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특수부 후배들의 칼날 앞에 선 홍 변호사는 2013, 2014년 정운호(51·수감)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원정도박 혐의로 경찰·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수사 검사 등에게 '구명·선처 로비'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부부, 강덕수 전 STX 회장,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김광전 전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회장,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등의 비리 사건에서 정식 선임계를 내지 않고 고액의 '몰래 변론'을 한 의혹도 있다.

홍 변호사가 사실상 소유한 부동산업체 A 사를 통해 불법 수임료 수익을 세탁·은닉했다는 의혹도 이번 수사의 대상이다. 검찰은 홍 변호사를 상대로 수임료 소득을 축소 신고하거나 누락하는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했는지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사가 끝나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검찰 출석에 앞서 '몰래 변론 의혹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 신속하게 수사가 마무리되도록 협조하겠다"며 "제기된 몰래 변론 의혹은 상당 부분 해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탈세 의혹과 관련해 그는 "퇴임 이후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다 보니 다소 불찰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 부분도 검찰에서 충분히 설명하겠다"며 사실상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다만 '전관 변호사'로서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홍 변호사는 검찰을 떠나 개업한 이후 이른바 '전관예우' 효과로 법조계에서 '돈 잘 버는 변호사'로 소문이 났다. 2013년 한 해에만 수임료로 신고한 소득이 91억 원 상당이었다.

송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