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1조3488억 하루이자 1억
- 민자사업 재편·각종 기금 정비
- 체납세 징수·지방세 비율 확대
- 일각 "복지·숙원사업 소홀" 비판

경남도가 채무가 한 푼도 없는 '부채 제로(0)'를 달성한다. 경남도는 지난 24일 경남도의회 본회의에서 확정된 지역발전기금 원리금 상환 예산 957억 원을 오는 31일 집행하면 '부채 0'을 달성하게 된다고 25일 밝혔다. 정부 수립 이후 광역지자체 가운데 '부채 0'은 경남도가 처음이다. 도는 다음 달 1일 '경남도 부채 제로 선포식'을 개최한다.

■ 행정·재정 개혁으로 해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2012년 12월 보궐선거로 당선돼 취임했을 때 경남도의 부채(원금 기준)는 1조3488억 원이었다. 당시 이자로 하루 1억 원 이상 지출했다.

홍 지사는 취임과 함께 2018년 6월까지 경남도의 채무를 모두 갚아 '채무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경남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부채 원금에다 이자 상환까지 더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없을 정도로 재정이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 지사는 2013년 초 재정점검단을 신설해 행정·재정개혁에 들어갔다. 홍 지사는 ▷민자사업 재편 ▷ 출자·출연기관 통폐합 ▷각종 기금 정비 ▷유사 중복 축제 통폐합 등 강도 높은 구조개혁 작업을 밀어붙였다.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신규 사업 시행에 대해선 깐깐한 사업 타당성 검토를 했다. 시급성이 떨어지거나 효율성이 낮은 사업은 시행을 미뤘다.

경남도가 추진한 '씀씀이 줄이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가대로 MRG(최소운영수입보장) 방식 변경을 들 수 있다. 거가대로 재구조화 협상으로 최근 4년간 2371억 원의 재정 지출을 절감했다. 연간 500억 원가량의 예산을 아끼게 된 것이다. 또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구조 조정으로 연간 운영비 70억 원씩 4년 동안 270억 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 도는 또 중소기업 육성기금(1179억 원), 체육진흥기금(110억 원) 등 기금 설립 목적이 다 했거나 예산사업으로 할 수 있는 12개 기금을 없애면서 1377억 원을 확보했다. 체납세 징수와 지방세 비율 확대 등으로 지난 3년 동안 해마다 늘어난 세입 1000억 원도 채무 상환에 투입했다.

경남도는 이렇게 확보한 여유 자금으로 빚을 갚았다. 2012년 말 1조3488억 원이던 부채는 3년 만인 지난해 말 1957억 원으로 줄었다. 지난 5월까지 부채 1000억 원을 상환하고 남은 부채 957억 원은 오는 31일 모두 갚아 애초 목표보다 2년 빨리 부채 '0'을 달성하게 됐다.

홍 지사는 "경남도가 도 소유의 땅 한 평도 팔지 않고 행정·재정개혁으로만 부채 '0'을 이뤄냈다"면서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던 악순환을 끊은 만큼 이제부터 매년 2000여억 원의 재원을 마련해 경남 미래 50년 사업과 서민복지 사업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채무 상환 '올인'…복지·문화 소홀

채무 '0' 달성이라는 빛나는 성과의 그림자도 있다. 경남 도정이 부채 줄이기에 매달린 나머지 지역 숙원사업과 복지, 문화예술, 중소기업 지원 등에는 다소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남도의회 박삼동 의원(창원10·새누리당)은 "도비가 지원되지 않아 사업에 차질을 빚기도 한 사례도 많은 만큼 도가 지역 숙원사업과 중소기업 지원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산YWCA 이윤기 사무총장은 "경남도가 도정의 최우선 목표로 채무 줄이기에 나서면서 진주의료원 폐쇄 등 각종 부작용이 적잖았다"면서 "부채 제로를 달성한 만큼 이제부터 복지와 문화 사업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한 기자 m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