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한 용역 주창하던 부산
- 노선바꿔 대구경북권 대안 꺼내

- 서 시장, 가덕신공항 건설 전제
- 사업비 절반 대구 K2 지원 촉구

다음 달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입지 용역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서병수 부산시장이 '가덕 신공항을 전제로 한 상생 방안'을 내세워 정부를 설득하는 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7일 경남과 대구 경북 울산 등 4명의 시장·도지사의 '밀양 회동'을 계기로 신공항 입지 결정이 객관적인 용역의 차원이 아닌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되면서 상황이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 시장은 20일 오전 이석준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만난 데 이어 오후에는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신공항 상생 방안을 전달했다. 지난 17일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고 18, 19일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직후 다시 대정부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방문을 회피했음에도 서 시장은 무작정 찾아갔다.

시는 그동안 공정하고 투명한 입지 용역을 주장해 왔다. 해안공항인 가덕과 내륙공항인 밀양의 입지 조건을 비교할 때 객관적으로 가덕이 우세하다는 전문가들의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 17일 '밀양 회동' 이후 시는 신공항 해법의 프레임을 공정한 용역에서 상생 방안으로 바꿨다. 특히 밀양 회동을 계기로 신공항 입지 결정에 청와대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돼 밀양의 우세 쪽으로 용역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면서 시의 위기감은 커졌다. 이 때문에 서 시장은 신공항을 전제로 사업비 절반을 대구의 군 공항(K2) 이전에 지원한다는 내용의 대구·경북권 대안을 정부가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시가 상생 방안으로 프레임을 전환한 또 다른 이유는 '타이밍'이다. 로드맵대로라면 연구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다음 달 24일 발주처인 국토부에 용역 결과를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다음 달 초에 용역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중순 이전에 입지 결정을 발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신공항 입지 결정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상황에서 시가 정부의 상생 방안을 도출해내지 못하면 정치적 개입을 차단할 여지가 없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시는 지금부터 상생 방안을 공식적인 신공항 해법으로 정하고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이어 대정부 설득 작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밀양으로 신공항 입지가 결정될 경우 '김해공항 폐쇄'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시민사회에 전파해 강력한 가덕 신공항 여론을 형성할 계획이다.

시의 한 고위 간부는 "신공항 용역 결과는 부산과 대구 어느 한쪽도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 한 곳이 선정되더라도 입지 결정 불복과 그에 따른 지역 간 갈등이라는 상당한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되면 부산보다 대구 쪽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 현재 부산이 취할 수 있는 신공항 해법은 부산과 대구가 '윈윈'할 수 있는 상생 방안뿐"이라고 말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