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위생법 위반 6명 입건

- 업체 "하역 때 영하 50도
- 거리 1㎞ 불구 과한 단속"

경찰이 부산 감천항의 냉동수산물 운반과 관련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실적 위주의 수사로 빈축을 사고 있다. 식품위생법상 수산물은 냉동시설을 갖춘 차량으로 운반해야 하나 감천항의 특수성으로 인해 수십 년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사전에 계도 활동 없이 단속을 벌였다.

사하경찰서는 최근 감천항 수산물 운반 관계자 6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냉동수산물을 운반할 때 영하 18도 이하로 유지되는 장치를 갖춘 냉동탑차를 이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일반 화물 차량에 물건을 싣고 덮개만 사용해 운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감천항 안에서 이뤄지는 냉동수산물 운반이다. 이들 기사는 입항한 원양어선에서 감천항 냉동창고까지의 거리가 최대 1㎞를 넘지 않아 운반시간이 5분도 채 걸리지 않고 원양어선에 싣고 오는 수산물은 영하 50도에서 단단하게 얼어 있는 상태라 짧은 시간에 부패할 위험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감천항 내 냉동수산물 운반은 일반 화물차량으로 이뤄졌다. 냉동탑차를 이용하는 것은 차량 구조상 하역이 번거로워 인건비가 배가량 더 들고 운반시간도 오래 걸린다. 감천항에는 국내 입항 원양어선의 90%가량이 들어오며 100여 명의 기사가 냉동수산물을 인근 창고에 운반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업계는 현실을 모르는 경찰의 단속으로 냉동수산물을 실은 원양어선을 외국 항구에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비용 부담이 늘면 어선이 인근 중국이나 베트남 항구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감천항의 대부분 업체가 원양어선과 관련된 일을 하므로 선박을 유치하려고 로비까지 벌이는데 운반 문제로 부담이 커지면 시설이 좋고 이용이 편한 중국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단속에 적발된 김모 씨는 "35년간 기사 일을 했는데 단속은 처음이다. 탑차로 바꾸지 않으면 더는 일할 수 없다고 한다"며 "몇 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단속을 나왔다가 우리 같은 근거리 운반기사는 제외한 적이 있다. 월 200만 원가량을 근근이 버는 수준인데 벌금을 내려니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수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여름이 다가와 식품 안전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수사를 시작했고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것은 아니다"며 "식품위생법상 근거리라고 일반차량 운반이 가능하다는 예외 규정은 없어 이들 행위는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이익을 보는 화주·운송알선 업체의 혐의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법률 개정을 건의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