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가덕도 홍보전 벌인 뒤
- 긴급 대책모임 형식 띠지만
- 장소·성명 볼땐 준비된 위력시위

- 서 시장 제안한 상생안 거부
- "정부 이번엔 건립 약속 지켜라"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입지 용역조사 결과 발표를 한 달가량 앞두고 지역 간 신공항 유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부산을 제외한 경남 울산 대구 경북 등 영남권 4명 시장·도지사가 17일 경남 밀양에서 '영남권 신공항 현안 논의를 위한 긴급 회동'을 한 것은 가덕 신공항 유치 경쟁에 나선 부산시에 대한 경고의 성격과 함께 밀양 신공항 유치를 위한 수적 우위를 드러낸 '위력 시위'로 볼 수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지사가 17일 오전 경남 밀양시청 시장실에서 만나 영남권 신공항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약속 위반' 비판, 속내는

	지난 1일 서병수(왼쪽) 부산시장이 신공항 후보지인 가덕도를 찾아 현황 보고를 받고 있다. 국제신문DB

홍준표 경남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지사 등 4개 시·도 단체장은 이날 긴급 회동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지역 간 갈등으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무산된 뼈아픈 경험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 회동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부산시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가덕 신공항 유치 공세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급작스레 회동을 추진하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회동의 장소와 분위기, 공동성명 내용 등을 살펴보면 준비된 '밀양 신공항' 유치 전략임을 짐작하게 했다. 나아가 신공항 용역조사 결과 발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부산시 등이 신공항 유치 경쟁을 본격화하자 4개 시·도가 위기감을 느껴 이날 긴급 회동한 것으로 보인다. 신공항 유치 경쟁을 자제하자고 하면서 부산을 뺀 4명 시장·도지사가 밀양에 모인 것 자체가 밀양 신공항 유치 경쟁이자 또 다른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으로 비친다는 지적이다.

김기현 울산시장을 비롯한 이날 참석한 시장·도지사들은 기자회견장에서 밀양이 신공항 입지로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시장은 "울산은 밀양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산업적으로도 울산 서부권 발전을 위해 밀양 신공항 유치가 매우 절실하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함양~울산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울산에서 밀양까지 15분 걸린다. 반대로 울산에서 부산 가덕도까지는 산 넘고 물 건넌 뒤 바다까지 건너려면 2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들 시장·도지사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제안한 이른바 '지역상생안'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공항 예정대로 추진" 천명 성과도

이들이 영남권 신공항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의해 차질 없이 예정대로 건설돼야 한다고 천명한 것은 이번 회동의 큰 성과로 평가된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5개 시·도 간 첨예한 지역 갈등으로 신공항 건설이 무산된 경험이 있다. 최근 대구와 부산을 중심으로 신공항 유치경쟁이 과열되자 이번에도 2011년 신공항 무산의 전철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4명 시장·도지사가 정부에 대해 예정대로 신공항 건설 추진을 요구한 것은 신공항 무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배재한 기자 myway@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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