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억 원 번 튜닝업자 2명 입건
- "시간이 돈…90~110㎞ 비현실적"
- 화물연대, 완화 요구 목소리도

대형화물차량 운전자들이 과속을 방지하기 위한 '최고속도 제한장치'를 무력화하며 안전과 생계 사이에서 위험한 질주를 하고 있다.

대형차량에서 최고속도 제한장치 해체에 사용한 튜닝 프로그램 진단기와 노트북. 부산경찰청 제공

대형차량의 최고속도 제한장치를 불법으로 해체한 무등록 튜닝업자와 운전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은 관광버스와 화물차, 승합차 등에 장착된 최고속도 제한장치를 무단으로 해체하거나 엔진 출력을 조작한 혐의(자동차관리법 무등록정비업)로 무등록 튜닝업자 A(41) 씨와 B(44) 씨를 불구속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최고속도 제한장치를 불법으로 해체한 운전자와 차주 5500명을 적발했다. 경찰이 최고속도 제한장치를 불법으로 해체한 운전자를 적발한 인원으로는 최대 규모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임시검사 명령과 과태료 처분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 등은 친분이 있는 자동차 정비업자들의 소개를 받아 관광버스와 화물차 등 대형차량 운전자에게 접근해 대당 10만~50만 원을 받고 시속 90~110㎞로 설정된 최고속도 제한장치를 시속 100~140㎞로 변경해줬다. 속도 제한 해체에 필요한 튜닝 프로그램 진단기로 노트북에 저장된 속도제한 해체 프로그램과 자동차 중앙제어장치를 연결해 자동차 최고 속도를 불러와 원하는 속도로 바꿨다.

이들은 2012년부터 4년간 전국 관광버스 회사 차고지, 대형 화물차량 차고지, 고속도로 휴게소 등을 돌며 이런 방식으로 대형차량 5500대의 최고속도 제한장치를 해체해주고 5억 원 이상 수익을 올린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자동차 정기검사에서 최고속도 제한장치 부착 여부를 확인하지만, 실제 속도를 얼마나 내는지 점검하는 전문 검사장비가 부족해 이런 불법 상황을 적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형차량 운전자들은 "시간이 곧 돈인 운전자 입장에서 이 같은 속도 제한은 현실에 맞지 않아 생계에 상당한 타격을 받는 만큼 합리적인 수준에서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 관계자는 "사고를 예방한다고 하지만 고속도로 같은 곳에서 시속 90㎞로 운전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고, 운전을 생업으로 하는 이들이 오히려 차별을 받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부산경찰청 교통과 윤한회 교통범죄수사팀장은 "운전자들 사이에서 불합리한 규제라는 지적이 있지만 대형차가 속도를 높이면 사고 위험도 커져 도로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등에 전문 검사장비와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