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전쟁 전후 부산항 밀항 급증
- 日,나가사키서 불법입국자 송환
- 도항전 불안에 시달려 점집 찾아

우리나라가 개항하고 3년이 지난 1879년 8월, 개화승 이동인(李東仁)은 일본 내 정국을 살피려고 부산항에서 일본으로 몰래 건너가게 된다. 그가 몰래 일본 군함을 타고 도착한 곳은 나가사키 항이었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밀항자와 관련이 있는 시설이 하나 있는데, 그곳은 바로 형기(刑期) 없는 수용소라 불리던 '오무라 외국인수용소(大村外國人收容所)'이다. 불법으로 일본에 들어온 한국인을 강제송환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이 시설은 원래 일본 해병대 병참 공장이었는데, 6만6000여 ㎡ 부지 안에 신·구수용소로 나뉘어 있었다. 구수용소는 여성 전용이었고 남자들은 철근 콘크리트로 된 2층 건물에 수용됐다. 다다미가 10개씩 깔린 방에는 10명이 기거하게 돼 있었으며 총 1000명가량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해마다 보통 3, 7, 11월 세 차례 강제송환이 이뤄졌는데 검거된 밀항자의 수에 따라 횟수와 일정이 달랐다.

어항 못지않게 밀항지로 유명했던 1960년대 다대포항의 전경.

한국전쟁을 전후해서 국내에서는 부산항이 밀항과 밀수의 도시가 됐다. 특히 1960년대 초반에는 4·19, 5·16 등 사회적으로 혼란스럽고 살기 힘든 시기에 밀항자가 많았다. 이들의 대다수는 먹고살기가 힘들어 밀수조직원이 되기 위해서나 일자리를 찾아 일본을 택했다. 밀항자를 알선하는 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한때 부산항에는 어선보다 밀항선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밀항자들은 어렵사리 마련한 자금을 알선책에게 건네고 숨 막히는 도항 작전에 돌입했다. 밀항은 비밀조직과 함께해야 했기 때문에 밀수만큼이나 불안과 긴장감이 교차하는 일이었다. 자칫 정보가 새어나가 검거되거나 밀항선이 바람에 떠밀려 표류할 수 있어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불확실한 운명에 내맡겨진 이들이 조금이나마 위안을 찾기 위해 찾은 곳은 다름 아닌 점집이었다. "5·6월 사이 물을 건너가면 큰 운이 트이고 건너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겠구나. 수덕(水德)까지 있으니 바다를 낀 사업이 좋을 것 같다." 점쟁이가 던진 이 한마디는 밀항자에게 가뭄에 단비가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5·6월은 바다 안개가 잦아 밀항에 최적기. 이 정도의 점괘를 말해야 점쟁이도 호경기를 맞을 수 있었다.

밀항 출발지는 부산항뿐 아니라 여수·충무·마산 등 남해안 지역에 걸쳐 있었는데 이 중에서도 영도와 다대포가 유명했다. 특히 다대포는 텃세가 세 외부 사람이 함부로 접근하기가 힘든 외곽지대 포구로 명성이 높았다. 그리고 지금은 뭍으로 변했지만 감만·용호동 해안과 감천항도 빠질 수 없는 밀항지였다.

부산세관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