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단체 위원 영입 놓고 또 마찰
- 군 "차라리 예산 전액지원 중단"
- 올해 사실상 28년 명맥 끊길듯

올해로 28년째인 경남 거창국제연극제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거창군은 오는 7월 수승대 야외무대에서 열기로 한 거창국제연극제를 위해 편성한 8억2000만 원(국비 3억 원, 도비 2억 원, 군비 3억2000만 원)의 예산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거창국제연극제는 사실상 열리지 못한다.

거창군 관계자는 "올해부터 거창국제연극제를 직접 개최하려고 지난 4월 '2016 거창국제연극제 운영위원회'를 꾸렸는데, 연극제 상표권을 소유한 거창국제연극제집행위원회와 마찰이 계속돼 어쩔 수 없이 예산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국 유일의 야외 연극제인 거창국제연극제는 집행위원회가 운영해 왔으나, 감사원으로부터 예산 집행의 투명성 문제를 지적받았다.

이 때문에 2001년부터 연극제 주체가 예산 담당인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와 행사 담당인 집행위원회로 분리됐다. 행사 개최를 놓고 두 단체 간 갈등이 계속됐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대학연극제를 두 단체가 비슷한 시기에 여는 파행까지 빚어지는 바람에 고소·고발과 임원 해임 등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해마다 15만~20만 명에 달하던 관람객도 지난해 7만 명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거창군은 지난 4월 전문가와 담당과장, 계장 등 8명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올해 연극제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집행위원회는 "운영위원회가 육성진흥회 관련 인사로 채워졌다"며 "거창군에 2명의 지역 출신 연극인을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결국, 거창군은 예산 전액 지원 중단이란 극약 처방을 내렸다.

이에 대해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거창군이 올해 연극제 직접 개최를 위해 운영위원까지 위촉해 놓고 인제 와 입장을 뒤집는 것은 군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집행위원회 측은 "연극제가 무산되면 이미 확보한 국·도비를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 연극제 독자 개최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창군 관계자는 "집행위원회 동의 없이는 '거창국제연극제' 명칭을 쓸 수 없고 명칭을 바꾸면 국·도비 지원을 받기 어렵다. 군과 집행위원회가 힘겨루기라도 하듯 2개의 연극제를 열면 득보다 실이 많아 올해 행사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