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가명·여·9)의 큰오빠(15)는 지난가을 제아와 엄마가 사는 부산으로 달려왔다. 서울에서 아빠와 살던 큰오빠는 당시 속옷 차림이었다. 아빠의 과도한 체벌을 견디지 못하고 민소매 속옷에 바지만 입은 채 집을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작은오빠(12)도 최근 엄마와 살고 싶다며 무작정 부산에 내려왔다. 이들은 아빠가 데리러 올까 봐 하루하루 불안에 떨고 있다.
제아의 엄마가 아빠와 헤어진 것도 잦은 폭력 때문이었다. 직업이 없어 엄마가 벌어오는 돈으로 다섯 식구가 생활했다. 결국 엄마는 몇 년 전 이혼하고, 연고도 없는 부산에 제아만 데리고 내려와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갑상샘이 좋지 않아 장시간 일을 못하는 탓에 수입은 두 사람이 살기에도 빠듯한 수준이다.
식구가 늘면서 살림은 더 팍팍하지만 엄마는 아이들을 책임지고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아빠가 아이들을 방치하고 폭력까지 휘두르는데 돌려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이 오래돼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운 데다 세탁기도 고장 나 빨래를 잘 해주지 못해 속상하고 미안할 뿐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아이들은 친구와 잘 지내고 학교생활도 충실히 하고 있다.
특히 제아는 수업 시간 집중해 발표를 잘 한다고 담임 선생님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아동센터에서도 다른 아이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으면서 무엇이든 열심히 해 선생님들이 예뻐한다. 아동센터 관계자는 "제아네는 어머니 혼자 아이 셋을 키우면서 직장 생활을 하는 한부모 가정이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열심히 사는 제아네 집에 세탁기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렇게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런 제아의 사연을 접한 국제로타리 3661지구(총재 김봉수)는 제아 남매가 깨끗한 옷을 입고 다닐 수 있도록 세탁기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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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