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중 선생이 쓴 알려진 가사를
- 재밌고 쉽게 따라 부르라며 작곡
- 제자였던 안대영 관장이 첫 공개

- 기존 노래와 멜로디만 다르고
- 작곡 연도도 한 해 차이
- 1975년 공휴일 지정 전까진
- 부산 경남 지역서 구전되던 노래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4일 부산 동래구 수안동 한국기독교선교박물관에서 안대영 관장이 故 김해영 선생이 작곡한 어린이날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가사는 익숙한데 멜로디가 낯설다. 한국기독교선교박물관 안대영 관장은 "이것이 부산의 어린이날 노래다"고 웅변하듯 망구(望九·81세)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우렁찬 목소리를 뿜어냈다. 풍금 반주에 맞춰서 들어서일까. 발랄하고 경쾌한 느낌의 원곡과 비교하면 힘차지만, 어딘지 모를 구슬픔도 느껴진다.

어린이날이면 늘 부르는 '어린이날 노래'(윤석중 작사, 윤극영 작곡)가 부산에 보급되기 전에 부산만의 어린이날 노래가 만들어져 부산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보급됐다는 자료와 증언이 나왔다. 안 관장은 최근 음악 사료를 정리하던 중 철마초등학교 재학 시절 자신의 스승이었던 김해영 선생이 작곡한 '어린이날 노래'의 악보를 찾았다고 4일 밝혔다. 2014년 6월 작고한 김해영 선생은 이 곡을 작곡했을 1949년 당시 철마초등학교 교사였다.

안 관장이 이날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한 이 악보는 김해영 선생이 엮은 '노래초'라는 노래 모음집에 담겨 있다. 노래초는 김해영 선생이 담임을 맡았던 철마초 제자 60여 명에게 각 학생의 특징에 맞는 꽃과 풀을 그려주며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담아 선물한 것이다.

	선생이 작곡한 어린이날 노래 악보(위)와 제자에게 남긴 노래 모음집 '노래초' 표지. 박호걸 기자

노래는 4분의 4박자 마장조 곡으로 악보 위에는 '4282년(서기 1949년) 4월 9일(화)'이라고 적혀 있다. 옆 페이지에는 윤석중 선생이 쓴 어린이날 노래 가사가 1절부터 3절까지 적혀 있고, 악보 뒷장에는 '교과서에 있는 노래(시)에 아직 곡이 없어서 우선 내가 직접 작곡하다'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이 노래는 아쉽게도 '최초'의 어린이날 노래가 되지는 못했다. 윤극영 선생의 곡이 김해영 선생의 곡보다 한 해 먼저인 1948년 발표됐기 때문이다. 김해영 선생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제자를 위해 노래를 작곡했을 가능성이 크다.

안 관장은 "1975년 어린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현재의 어린이날 노래를 알게 됐다"며 "그 전까지 이 지역에는 김해영 선생님이 작곡한 어린이날 노래가 구전돼 불렸다"고 말했다.

그는 "선생님께서는 제자들이 재미있고 쉽게 시를 외울 수 있게 모든 시에 노래를 붙여 가르치셨다"며 "다시 불러도 힘이 넘치는 노래이니만큼 어린 제자를 위해 직접 곡을 쓰신 김해영 선생님의 어린이날 노래도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