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적·광범위 수사 강화 기대속
- 해경 '범죄수사대'와 일부 중복
- 공조수사 차질·실적 경쟁 우려도

부산경찰청이 해양범죄 수사를 특화하기 위해 '해양범죄수사대'를 전국 최초로 신설했다. 앞서 해양경비안전서(해경)는 '국제범죄수사대'를 발족한 터라 두 기관의 해양범죄 수사경쟁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2일 해양범죄수사대를 발족하고 현판식을 했다. 부산경찰청 수사2과에 신설된 해양범죄수사대는 해양범죄수사1·2계 인력 10명을 20명으로 대폭 늘리고 수사 기능을 강화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해경 조직을 해체하면서 부산해경 인력 21명이 부산경찰청으로 넘어왔고, 부산경찰청은 수사2과를 신설하고 경찰서마다 수사 인력을 1, 2명 배치해 해양범죄에 대응하도록 했다. 하지만 인력이 각 경찰서에 분산 배치되면서 전문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부산경찰청 내부 인력도 부족해 제대로 된 해양범죄 수사에 매진하기 힘든 구조였다.

해양범죄수사대는 기존 수산식품, 안전사범, 환경사범 단속 외에 공직·기업 비리, 국제성 범죄 등 다양한 범죄에 대응할 계획이다. 부산경찰청 김현진 해양범죄수사대장은 "해경에서 넘어온 인력이 각 경찰서 수사과에 배치돼 소속감과 관심도가 떨어져 수사 동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인력 부족으로 해양범죄 첩보가 있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광범위한 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해경은 지난 2월 지역 해경본부마다 국제범죄수사대를 만들고 바다에서 벌어지는 밀입국, 밀수, 마약 등의 수사와 첩보 기능을 되살렸다. 조직 해체 이후 바다 위 사고 대응과 구조에 역할이 한정됐으나 기존 수사 기능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국제범죄수사 첩보 수집과 대응 능력을 부활한 것이다. 다만 각 지역 해경 외사 담당 직원을 지역본부로 모아 인력이 보강된 것은 아니다. 지역을 관할하는 남해해경본부 국제범죄수사대 수사 인력은 6명이다.

이처럼 경찰과 해경이 해양범죄에 대응하고자 별도 조직까지 만들면서 해경 해체 이후 소홀했던 해양범죄 대응능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양 기관이 해양범죄 수사에 열을 올리면 자칫 실적경쟁으로 이어지고 공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양범죄가 바다와 육지라는 경계를 구분 지어 수사 범위를 국한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양쪽이 소모적인 실적경쟁에 빠지면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경 관계자는 "경찰과 업무 협력을 통해 수사를 원활히 하고 있다"면서도 "양쪽의 업무 분담이 선명하지 않아 무리하게 관할권을 주장하면 곤란할 수도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국해양대 이은방(해양경찰학과) 교수는 "해양에서 발생한 사건도 육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해경과 경찰 사이에 수사 관할권을 두는 것은 문제"라며 "광범위한 범죄 정보 능력을 갖춘 경찰과 해양범죄 기획 수사에 전문성이 있는 해경이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김봉기 기자 kimhju@kookje.co.kr

◇ 부산경찰청-남해해경본부 수사대 비교   부산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 남해해경본부 국제범죄수사대 인원 20명 6명 수사 범위 바다를 제외한 사고, 범죄 대응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사고, 범죄 대응 주요  수사 대상 해양 관련 부정부패, 안전저해사범 적발, 밀수 처리, 인권유린 적발 등 바다 위 밀입국, 밀수, 마약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