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25곳 3년 치 실태 조사
- 부모·친인척 신상기재 드러나

- 기재금지 입시요강 어긴 8건
- 부정행위로 볼 수 있지만
- 교육부 "합격 취소할 수 없다"
- 부산대 등 6곳 경고 조치만

최근 3년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전형 과정에서 합격생 24명이 자기소개서에 법관인 아버지나 친인척의 직업을 기재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중 8명은 '부모 스펙' 기재를 금지한 입학 요강을 위반했지만, 부산대 경북대 등 해당 대학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로스쿨의 불공정 입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지만, 교육부는 해당 학생의 합격 취소 없이 일부 로스쿨에 경고 조치만 내리기로 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부 이진석 학술장학지원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버지가 ○○지방법원장…"

교육부는 2일 전국 25개 로스쿨에 대한 '입학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자기소개서를 비롯한 3개년 치(2014~2016학년도) 입학 전형 자료 6000여 건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 결과, 합격자들 가운데 자기소개서에 부모와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한 것은 24건이었다. 이 가운데 이름과 직장을 특정해 부모·친인척의 신분을 쉽게 추정하거나 특정할 수 있는 사례는 5건이었다. 이들은 아버지 직업을 ○○시장, 법무법인 ○○ 대표, ○○공단 이사장, ○○지방법원장이라고 특정했으며, 외삼촌이 ○○변호사협회 부회장이라고 거론한 사례도 있었다. 특히 시장의 자녀는 해당 로스쿨의 입시 요강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하는 것을 금지했음에도 신상을 적어내 부정행위 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4명은 입시 요강에 신상 기재 금지 조항이 없었다.

이와 함께 누군지는 특정하지 않았으나 부모나 친인척이 고위직이나 법조계 인사임을 알 수 있도록 기재한 사례도 19건 있었다. 할아버지, 아버지 등 친인척 성명이나 재직 시기 등을 특정하지 않은 채 대법관, ○○시의회 의원, ○○청 공무원, 검사장, ○○법원 판사 등을 지냈다고 기재했다.

부모나 친인척의 배경을 기재한 자소서 24건 가운데 16건은 법조인이었으며, 나머지는 시장이나 시의회 의원, 공공기관의 이사장 등 공직자였다.

■경고 문책 솜방망이 처벌 논란

교육부는 24건 가운데 16건은 해당 로스쿨 입시 요강에 관련 내용을 기재하지 말라는 '기재 금지'가 고지돼 있지 않아 이들에 대해서는 부정행위로 간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기재 금지'가 고지돼 있는데도 관련 내용을 기재한 나머지 8건은 '부정행위'로 볼 수 있지만, 해당 학생을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법학적성시험(LEET), 학부 성적, 영어, 서류, 면접 등 다양한 전형요소와 여러 평가위원의 평가가 반영돼 자기소개서의 신상 기재와 합격 사이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교육부는 "외부 법률기관에 자문했지만, 비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취소 시 대학의 과실을 개인에 전가하는 문제점 등의 법적 한계로 합격 취소는 사실상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교육부는 지원자가 입시 요강을 어겼는데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부산대 경북대 인하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등 6곳은 입학전형의 공정성을 소홀히 한 점을 들어 기관 경고하기로 했다. 또 전형요강에 기재금지를 명시하지 않아 부적정한 내용이 기재되도록 한 로스쿨 7곳에는 기관 경고와 함께 원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사안이 엄중함에도 경고 및 주의 조치로 그치는 것은 사실상 '봐주기식 감사'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해당 로스쿨에 입학정원 감축 등 강력한 조처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