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리베이트 의사도 영장

대학병원 5개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인제학원의 수십억 원대 비자금 조성 여부를 수사(본지 28일 자 1·3면 보도) 중인 검찰이 백낙환(90) 전 이사장 일가가 사실상 소유하는 A사의 전 대표 박모(60) 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했다.

검찰은 또 부산지역 백병원의 의사 B(53) 씨의 사전구속영장도 함께 청구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부(임관혁 부장검사)는 백병원 부대시설 입점업체 등에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박 씨와, 또 다른 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B 씨의 사전구속영장을 28일 청구했다.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다음 달 2일 부산지법에서 진행된다. A사는 병원과 식당·장례식장 등 내부 부대시설 간 임대차 및 물품 계약을 연결해주는 독점적 지위를 지닌, 이른바 '간납 업체'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 씨는 부대시설 입점업체 등에서 1억 원 이상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B 씨는 이와는 별개의 사건으로 의약품 납품과 관련해 1억 원가량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찰은 A사의 자금 흐름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박 씨의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이 같은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백 전 이사장 일가(부인과 직계비속)가 전체 지분의 80% 이상을 소유해 백병원과는 '특수관계 법인'이자 '가족 회사'로 분류된다.

검찰은 병원 측이 내부 부대시설 입점업체 등과 직접 계약할 수 있는데도, 굳이 A사를 거쳐 입점업체 등을 선정하는 구조에 주목해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직접 계약을 하면 '간납 업체'를 거치는 것보다 비용이 다소 절감되고, 절차도 한층 간편하다.

검찰은 또 A사 외 백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는 업체 리스트를 확보해 백 전 이사장 일가 등 특수관계자가 차명 등으로 납품 업체와 관련을 맺고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병원에 지급해야 할 대금 수십억 원을 입금하지 않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박 씨의 구속영장에 포함했다. 빼돌린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가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백 전 이사장 측 핵심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