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5개를 거느린 인제학원의 백병원이 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학교법인 인제학원 백낙환(90) 전 이사장이 부산과 서울에서 각각 배임 혐의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피의자 신분 조사와 불구속기소되는 등 검찰의 사정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지검의 백 전 이사장 수사는 법인 전체로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돼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부(임관혁 부장검사)는 병원에 납품대금을 입금하지 않은 혐의(횡령) 등으로 A사의 박모(60)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은 또 백 전 이사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박 씨가 빼돌린 돈이 비자금으로 조성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A사는 백병원에 전문 의약품 및 기기가 아닌 의료품과 편의점, 장례식장 등의 부수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다. 백 전 이사장이 이 회사의 최대 주주(오너)로, 일가가 80% 이상의 지분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이 업체와 부산진구 개금동 부산백병원·해운대구 좌동 해운대백병원 등지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박 씨가 병원에 물품을 납품한 뒤 대금 등 수십억 원을 입금하지 않았다는 단서를 포착하고, 이 돈이 백 전 이사장 측으로 흘러갔는지 자금을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본지가 확보한 지난해 교육부의 인제학원 회계 부분 감사 결과(감사 기간은 2014년 5월)를 보면 법인은 특수관계업체와 병원 식당 임대차 수의계약 2건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병원에 비해 저가의 임대계약으로, 교육부는 177억900만 원 상당의 임대료 추정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가 바로 문제의 A사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 이후 교육부의 고발이 들어오자 부산지검은 수사과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하던 중 박 씨의 횡령 혐의와 횡령액의 용처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특수부로 사건을 배당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씨가 병원 내 부대시설을 지인이 운영하도록 돕는 대가로 이익금을 나눠 가지는 방법으로 수억 원을 챙긴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서울백병원의 간호사 수를 부풀려 정부 보조금 16억 원을 타낸 혐의로 백 전 이사장을 불구속기소했다. 백 전 이사장은 입원병동 간호사 수를 17명 부풀려 신고해 간호관리료 등급을 높게 받아내 정부 보조금을 타낸 혐의로 기소됐다. 부산지검은 다음 달 중순에 이번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