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어 사라져 버리는 꽃보다 숲을 헌정했다. 이 숲은 굳세어지고 장대하게 자라나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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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백동 무궁화동산에 조성된 '기억의 숲'. 김성효 기자 |
지난 9일 '세월호 기억의 숲' 완공식에서 할리우드 배우 오드리 헵번의 손녀 에마 캐슬린 페러(21)가 한 말이다. "잊히는 게 가장 겁난다"고 말했던 어느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말에 국민이 기억의 숲을 조성하며 "잊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팽목항에서 4.16㎞ 떨어진 전남 진도군 임회면 백동 무궁화동산. 15일 찾은 이곳 중턱에는 수백 그루의 은행나무 묘목이 심겨 있다. 한 그루 한 그루에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넋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기억의 숲은 미국 유명 여배우인 오드리 헵번의 장남 션 헵번 페러의 제안으로 시작돼 오드리 헵번 가족, 4·16가족협의회, 사회혁신기업 트리플레닛이 국민을 대상으로 크라우드펀딩해 조성했다. 5주간 모금 기간에 해외 거주 교민·대학생 동아리·연예인 팬클럽 등 다양한 배경의 2985명이 참여해 2억1200만 원을 모았다. 지난해 4월 10일 공사에 들어가 2주기를 일주일 앞둔 지난 9일 완공됐다.
3200㎡ 규모에 심은 은행나무는 모두 300여 그루. 은행나무를 선택한 이유는 1000년 이상을 사는 장수 수종이므로 세월호 희생자를 오래도록 기억하자는 의미다. 또 가을에 물드는 노란 잎은 희생자를 오래 추모하고 기억하자는 의미의 노란 리본을 상징한다.
숲 한쪽에는 세월호를 의미하는 'ㅅ'자의 구조물이 서 있다. 건축가이자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양수인 교수가 재능기부로 만든 추모 공간 '세월호 기억의 벽'이다. 스테인리스 면은 가을마다 은행나무의 노란 잎을 비출 수 있게 설계됐고, 반대쪽 벽면에는 세월호 미수습자를 포함해 희생자 304명의 이름과 희생자 가족의 친구인 생존자가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새겨져 있다.
진도 팽목항=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