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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2주기] 1000년 사는 은행나무…가을마다 '노란 물결'

헵번 가족이 제안한 '기억의 숲'에 가보니

  •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  |   입력 : 2016-04-15 21:13:49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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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어 사라져 버리는 꽃보다 숲을 헌정했다. 이 숲은 굳세어지고 장대하게 자라나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다."
14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백동 무궁화동산에 조성된 '기억의 숲'. 김성효 기자
지난 9일 '세월호 기억의 숲' 완공식에서 할리우드 배우 오드리 헵번의 손녀 에마 캐슬린 페러(21)가 한 말이다. "잊히는 게 가장 겁난다"고 말했던 어느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말에 국민이 기억의 숲을 조성하며 "잊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팽목항에서 4.16㎞ 떨어진 전남 진도군 임회면 백동 무궁화동산. 15일 찾은 이곳 중턱에는 수백 그루의 은행나무 묘목이 심겨 있다. 한 그루 한 그루에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넋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기억의 숲은 미국 유명 여배우인 오드리 헵번의 장남 션 헵번 페러의 제안으로 시작돼 오드리 헵번 가족, 4·16가족협의회, 사회혁신기업 트리플레닛이 국민을 대상으로 크라우드펀딩해 조성했다. 5주간 모금 기간에 해외 거주 교민·대학생 동아리·연예인 팬클럽 등 다양한 배경의 2985명이 참여해 2억1200만 원을 모았다. 지난해 4월 10일 공사에 들어가 2주기를 일주일 앞둔 지난 9일 완공됐다.

3200㎡ 규모에 심은 은행나무는 모두 300여 그루. 은행나무를 선택한 이유는 1000년 이상을 사는 장수 수종이므로 세월호 희생자를 오래도록 기억하자는 의미다. 또 가을에 물드는 노란 잎은 희생자를 오래 추모하고 기억하자는 의미의 노란 리본을 상징한다.

숲 한쪽에는 세월호를 의미하는 'ㅅ'자의 구조물이 서 있다. 건축가이자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양수인 교수가 재능기부로 만든 추모 공간 '세월호 기억의 벽'이다. 스테인리스 면은 가을마다 은행나무의 노란 잎을 비출 수 있게 설계됐고, 반대쪽 벽면에는 세월호 미수습자를 포함해 희생자 304명의 이름과 희생자 가족의 친구인 생존자가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새겨져 있다.

진도 팽목항=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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