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준공 직전의 영도대교 전경. 도개에 맞춰 돛단배가 지나가고 있다.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부산 출신 가수 김상국은 살아생전 그의 18번 곡 '쾌지나 칭칭나네' 를 부르며 노래 속 팔도유람을 떠날 때 부산 자랑 제1호가 영도다리였다. 영도다리가 올라가는 것을 두고 남성의 심벌에 빗댄 그의 재치있는 익살은 더욱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와는 달리 일제강점기에 부산에서 땅 부자로 유명했던 하자마 후사타로오(迫間房太郞)는 영도에 얼마나 많은 땅을 가지고 있었던지 '영도다리가 올라갈 적마다 하자마 땅값이 춤을 춘다'는 비아냥거림 속에 배를 불렸다.

이처럼 영도다리가 올라가는 것을 두고 사람과 시대에 따라 생각하는 의미가 달랐다. 영도다리의 매력은 바로 하늘을 향해 다리를 들어 올리는 데 있었다. 더구나 정 시각에 맞춰 하늘 높이 다리를 들어 올릴 때면 그 아래로 숱한 배들이 줄지어 지나가고 그 뱃길 따라 갈매기마저도 날아들어 부산항의 또 다른 관문으로서 생기와 낭만이 넘쳐났었다. 지금도 영도다리를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들은 이 다리의 도개장면을 보러 온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다리개통 초창기는 하루에 일곱 번, 뒤에는 기력마저 쇠했는지 두 번씩 올리다가 1966년 9월부터는 다리 아래로 상수도 배관을 매달면서 아예 도개 기능을 잃고 말았다. 그러기를 47년. 숱한 사람들은 영도다리를 볼 때마다 예전의 도개모습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지난 2010년 7월부터 다시 그 날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 영도다리는 수술대에 누웠었다. 종전 4차로를 6차로로 다리 폭을 넓히고 선박 대형화 추세에 맞춰 다리 높이도 최고 1.31m 높아지면서 도개 기능을 중구 남포동 쪽 상판 31.5m를 75도 각도까지 들어 올리는 대수술에 들어갔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영도다리는 2013년 11월 말에 다시 도개 기능이 회복되어 하늘을 향해 건강미를 과시하면서 매일 오후 2시에 관광객을 맞게 되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영도다리는 1934년 일제강점기에 설치된 부산항의 대표적인 건축 구조물이다. 일본의 식민통치가 시작되면서 영도에도 군수산업시설이 서서히 들어서게 되었다. 이들 공장에 들어갈 원자재와 같은 제품을 운송하는데 애로점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서 대두된 것이 다리 건설이었고, 이것이 공론화된 것은 1926년께였다. 처음에 영도다리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반대 여론이 상당했다. 이해당사자인 영도 도선업자와 해운업자가 반대 주도세력이었다. 특히 해운업자는 배가 운항하는데 지장을 주는 장애물과 같은 낮은 다리를 설치함으로써 영도를 빙 둘러 운항을 하게 되면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다 보니 반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반대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나온 절충안이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도개방식이었다.

그러니까 영도다리를 들어 올려 뱃길을 터줌으로써 바다와 육지가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었다. 영도다리의 진정한 가치와 매력은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하면 영도다리는 '배려의 다리'요 '상생의 다리'로서 다리 아래에는 바닷물과 함께 인문학이 흐르고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부산세관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