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시설공단과의 협상서

- 주도권 쥐고도 저자세 일관

- 사실상 상업개발 먼저 제안

동해남부선 해운대 폐선부지 미포~송정 구간(4.8㎞)에 대해 부산시가 한국철도시설공단에 굴복해 사실상 상업개발을 제안하고 이를 용인하는 '굴욕 협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철도시설공단의 '동해남부선 철도자산 활용을 위한 추진현황 보고'를 보면 시는 2013년 1월 '폐선구간 가운데 활용 가능 부지(미포~송정)를 공단이 개발하고 잔여지를 시가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의 협의를 철도공단에 요청했다. 이를 바탕으로 같은 해 12월 시와 철도공단은 '동해남부선 철도자산 활용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시는 애초 폐선부지의 무상귀속(환수) 작업을 진행했다. 용역을 통해 폐선부지를 친환경 그린레일웨이로 조성하겠다며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환수작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인허가권 등 협상의 주도권을 쥔 시는 태도를 바꿔 상업개발을 고집하는 철도공단에 굴복, 사실상 상업개발을 먼저 제안했다.

시는 상업개발 허용의 대가로 미포~송정 구간을 제외한 별 개발 이익이 없는 5.5㎞ 구간을 20년간 무상임대 형식으로 받아 공원화를 추진하고, 미포~송정 구간의 상업개발에 필요한 인허가를 협조하기로 했다. 철도공단에서 활용할 수 없는 폐선부지를 받는 대가로 시는 천혜의 해안 절경을 보유한 미포~송정 구간을 상업개발에 내준 굴욕적인 협상을 한 것이다.

시가 인허가권을 동원해 상업개발을 막으면 철도공단은 독자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협상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시가 지금까지도 저자세로 일관하며 철도공단과 폐선부지 재협상에 나서지 않는 데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시는 기존 협약은 유효하며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국토부가 철도 유휴부지 활용 지침을 발표하면서 미포~송정 구간의 상업개발 대신 시민공원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음에도 시는 '국가의 활용 계획이 있는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철도공단의 논리만 대변하고 있다. 공공재인 폐선부지에 공익적 목적의 개발이 아닌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30년간 돈벌이(상업개발)하는 것이 국가의 활용 계획이라는 시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시 관계자는 "폐선부지 환수를 위해 노력했지만, 철도공단의 입장이 완강해 일부 구간에 상업개발을 하기로 협약을 했다. 시가 먼저 상업개발을 제안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윤정길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