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식(火食)은 고기로부터 비롯되었다. 처음에는 통째로 구워 뜯어 먹었다. 나중에 칼처럼 간 돌로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구워 먹었다. 통구이 바비큐(barbeque)에서 조각구이 스테이크(steak)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날고기를 잘게 다지면 먹기에 부드러워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육회의 탄생이다. 인구에 회자(膾炙)된다는 말처럼 날고기(膾)인 육회는 자주 먹던 음식이었다. 농경 민족보다 유목 민족은 이동을 해야 하기에 굽거나 삶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다진 육회를 더 많이 먹었을 것이다. 유목을 하던 몽골리안들이 침략 전쟁을 일으켰다. 몽골 군대에 가세한 타타르(Tatar)인들은 말 안장 밑에 다진 고기를 넣고 다녔다. 진군할 때마다 체중에 짓눌려 고기는 납작한 고기 반죽(patty)이 되었다. 불로 익힐 필요도 없이 소금 등을 쳐서 육회로 먹었다. 유럽인들이 볼 때 타타르인들이 먹던 육회는 특이했다. 육회를 타타르 스테이크라고 부르는 이유다. 독일의 함부르크에서는 타타르 스테이크를 구워 먹었다. 함부르크 스테이크다. 미국으로 건너간 유럽인들은 빵 사이에 함부르크 스테이크를 넣어 간편하게 먹었다. 함부르크(Hamburg)에서 온 것이라 햄버거(Hamburger)라 불렀다. 일본인들은 메이지유신 이후 햄버거도 받아들이며 함바구라고 발음했다.

항일시대에 함바구는 우리나라로 들어와 함박이 되었다. 함박이나 햄버거나 다 똑같은데 햄버거와 다른 것인 양 함박 스테이크라고 부른다. 돌고 도는 세상에서 음식 이름도 돈다. 다만 일본식 발음인 함박보다는 햄버거가 좋겠다. 햄버거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