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은 늘 추억의 건반을 톡톡 두드려주기에 충분한 기억의 악보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벚꽃과 매화, 개나리꽃이 피어나던 그 기찻길. 해안을 휘감고 천천히 펼쳐졌던 풍경이 전해주는 낭만이 있었기에 대학 시절 버스가 아니라 기차를 타고 일광으로 가곤 했었다.

추억의 기억은 선명하게 혈관에 남아돌아 아이 엄마가 되어서도 아이의 손을 잡고 대학 시절 낭만을 풀어놓던 그 기찻길을 함께 다녔다. 철길 옆 봄 나무와 꽃들의 배웅을 뒤로하고 터널을 지나면 속 시원하게 바다가 반겨주던 기찻길…. "엄마 기차가 바다를 지나가요"라며 신나던 아이의 목소리가 아직도 선명하게 들린다.

이처럼 동해남부선 기찻길은 나에겐 시간을 뛰어넘어 봄의 환희를 선물하는 철길 이상의 의미로 각인되어 있다. 최근 동해남부선 복선화 공사로 부산과 울산이 일일교통권이 되면서 기존 동해남부선 선로 일부가 폐선됐다. 그리고 폐선부지 활용에 관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 수 있다. 찬반양론을 다 살펴보면 각론은 젖혀두더라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시민의 휴식처로 공공성을 우선에 두고 자연경관을 훼손시키지 않는 최소한의 개발을 하자"는 것이다. '공공성' '자연경관 보호' '최소한의 개발' '시민공원' 등이 주요 키워드인 것만 보아도 부산 시민의 정서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나 역시도 개발과 관련된 소식에 맞서 이런 핵심 단어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동해남부선 폐선부지와 기찻길, 추억이라는 단어를 함께 정리해 보니 마음에 드는 구절이 딱 하나 떠올랐다.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공원'으로 동해남부선 폐선부지가 개발 및 활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산시와 환경단체, 지역주민이 힘을 모아 동해남부선 폐선부지가 시민의 뜻을 반영한 시민공원으로 조성되어 하루빨리 그 길을 아이와 함께 걷고 싶다. 그 길은 부산시민 모두가 주인이 되는 길일 때 우리 아이들에게 자랑이 되는 부산의 명품관광지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