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길공원 조성의 초창기 멤버이자 얼마 전까지 (사)푸른길의 사무국장으로 일한 이경희(사진) 광주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당시 '관행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었다고 소회했다. 폐선부지 활용안을 놓고 오랜 시간 제2 도시철도와 공원화 갈등을 겪으면서 시민 역량을 불필요하게 소모했다는 얘기다.

이 정책실장은 "행정기관은 전례가 없다 보니 새로운 실험을 하는 데 매우 조심스러워 했다"며 "공원화를 결정하고 나서도 조성 방법을 놓고 갈등과 협의를 반복하며 주민이 원하는 공원의 모습을 갖춰 갔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전문업체에 발주한 설계 용역 대부분이 반영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갖고 이를 가꾸는 데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기관의 공공서비스를 받기만 하는 입장에서 직접 제공하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민의 역량은 강화되고 있는데 행정의 관행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 정책실장은 동해남부선 폐선부지에 대해서도 당장 어떠한 공간으로 규정하기보다 공유의 공간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조언을 남겼다. 그는 "얼마 전 해운대 미포~송정 폐선 길을 걸어봤는데 풍광이 정말 아름다웠다"며 "노인과 어린이 등 교통약자도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민주적 공간으로 남겨두는 것이 미래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