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 등이 제작한 물시계인 '자격루' 복원 모형(왼쪽)과 서울 덕수궁 경내에 있는 국보 229호 자격루 중 일부 모습. 국제신문 DB

- 비천한 노비신분으로 태어나
- 자동 물시계 자격루 발명 공로
- 종3품 대호군 지위까지 올라

- 혁신 뜻을 나누었던 세종대왕
- 인재등용·실용학문 적극 장려

국립부산과학관이 오는 5월 15일까지 '부산의 과학자, 장영실전'을 개최한다. 세종대왕 시대 학문 발전을 이끈 중심인물 중 한 명인 과학자 장영실은 최근 드라마로 제작돼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는 장영실을 조선 최고의 과학자이자 세종대왕이 총애한 인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역사서에는 그가 사망한 연도조차 기록돼 있지 않다. 그 이면에는 어떠한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노비로 태어나 종3품 관직에 오르기까지 파란만장한 인생을 겪었던 장영실을 통해 당시 조선 시대의 상황을 한번 알아보자.

■관노 자식으로 태어나 종3품 올라

부산 동래구 장영실과학동산을 찾은 어린이들이 해설사로부터 해시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국제신문 DB

장영실은 1390년께 중국에서 온 귀화인 아버지와 동래 현 소속의 관비(기생)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아버지는 노비 신분은 아니었지만, 어머니가 관아에 소속된 기생이었기에 관노로 자랐다.

당시는 고려가 몰락하고 조선이 건국되는 혼란한 시대였다. 이 같은 상황은 장영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되었다. 조선이 건국된 뒤 태종은 전국 인재를 발탁하던 중 유난히 손재주가 뛰어난 장영실 소문을 듣게 되고, 그를 궁중기술자로 발탁했다. 특히 철을 만드는 제련술과 축성, 농기구와 무기 수리에 뛰어났던 그를 눈여겨 본 자가 있었으니, 바로 훗날 세종대왕이 된 충녕대군이었다.

가장 학문을 사랑한 왕이었던 세종, 그리고 그의 뜻을 실천해 줄 인재였던 장영실의 조합은 그야말로 최고의 파트너십이었다. 세종은 즉위 직후인 1421년 천문관 관리 2명과 함께 장영실을 중국에 파견했다. 세종의 기대에 부응해 장영실은 명나라로 가서 천문기술과 서역의 과학기술 관련 서적을 수집해 귀국했고, 이어 세종의 명을 받아 왕립천문대 건설에 돌입했다. 하지만 신분제 사회였던 당시 조선에서 장영실의 위치는 여전히 노비였다. 세종대왕은 대신들의 반대에도 그를 면천(천민의 신분에서 벗어나게 함)시키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장영실은 1423년 상의원 별좌로 임명됐고, 조선 최초의 자동 물시계인 '자격루'를 발명한 공로를 치하받아 정4품 호군직을 거쳐 종3품 대호군의 지위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1442년, 장영실은 임금이 탈 가마를 제작·감독하는 임무를 맡던 중 가마가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왕에 대한 불경죄로 사헌부에 잡혀간 장영실은 관직 박탈과 곤장 80대의 벌을 받았고, 이후 그의 기록은 역사서에서 더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출처=장영실테마관).

■조선 시대, 실용 학문 꽃피다

흔히들 유교관이 투철했던 조선사회는 글을 읽는 선비만이 중시됐던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시대는 실용적인 학문이 등장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1446년 세종대왕이 공포한 훈민정음. 훈민정음은 문자를 만든 주체와 시기가 정확해 세계에서도 드문 사례로 손꼽힌다. 당시 훈민정음이 백성들에게 알려지고 읽히게 된 것은 이후 조선사회를 크게 변화시킨 원동력이었다. '용비어천가' '동국정운' '법화경' '금강경'과 같은 시가와 불경들, 농업과 기술을 다룬 책들이 한글로 번역돼 백성들에게 읽혔고, 부녀자들도 글을 읽을 수 있는 문자의 보급이 가능해졌다. 이는 새로운 서구 문물과 실학 등이 조선에 퍼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조선은 금속활자 제조술에 있어서도 중국보다 앞섰다. 덕분에 책의 보급이 더욱 활발히 이뤄질 수 있었고, 세종 이후 왕이 주도한 인쇄술 개량과 서적 편찬은 이어졌다. 중국이라는 강국과 끊임없는 일본의 침략 사이에서 국가 정체성을 가져야만 했던 조선. 세종은 선대의 뜻을 이어받아 인재를 고르게 등용하고 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조선을 부강한 나라로 키워나가고자 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장영실은 최고의 혁신가이자 뜻을 나누는 동지였다.

박선미(사회자본연구소 대표) 김정덕(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 NIE 강사)


# 기사를 읽고

■생각해보기

조선 최고 과학자로 손꼽히는 장영실 일대기는 학문과 기술을 중시한 조선 초기 사회상을 잘 보여줍니다.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조선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볼까요?

1. 장영실은 어떻게 노비에서 종3품 관직으로 신분이 바뀔 수 있었을까?

2. 장영실은 어떤 업적을 남겼나?

3. 세종대왕 당시 조선 사회는 어떠한 학문적 변화가 있었을까? 훈민정음을 사례로 들어 설명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