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분 내 이용 시스템' 구축 등

- 新도서관 문화 조성 서둘러야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을 역임했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천국이 있다면 도서관의 모습일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창조적 영국'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1997~2007년 영국을 이끌었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도서관은 자기 개발의 플랫폼이고 지식으로 통하는 관문이며 상상력을 위한 촉매"라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21세기 대한민국 도서관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서울도서관. 옛 서울시 청사를 리모델링해 2012년 개관한 서울도서관은 도서관에 관한 고정관념을 깼다. 우선 이 도서관은 서울 한가운데에 자리 잡았다. 서울시청과 서울광장이 연결됐고 덕수궁과 광화문광장이 바로 곁이라 누구나 쉽게 들를 수 있다. 서울도서관에는 시험공부를 하는 공간인 일반 열람실이 없다. 그 대신 누구든 원하는 책을 편하게 읽게 만드는 자료실이 시민들을 맞이한다.

도서관이 변하고 있다. 1901년 우리나라 1호 근대 공공도서관인 부산시립시민도서관이 문을 연 후 도서관은 오랫동안 시험공부를 하는 학습공간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지난해 부산발전연구원이 발표한 '부산시 도서관발전 종합계획 시행 연구'에서 "앞으로 도서관은 복합문화공간으로써 역할이 중시되며 지역주민의 소통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이자 문화공간으로써 기능이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다. 대통령 소속으로 우리나라 도서관 정책을 수립하는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는 2014년 펴낸 '제2차 도서관발전 종합계획'(2014~2018)에서 도서관은 '창의성과 상상력의 원천' '지역공동체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도서관은 '천국'에서 '자기 개발 플랫폼'을 거쳐 '지식놀이터'로 거듭나고 있다.

부산도 이 같은 변화의 대열에 합류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민선 6기 공약 중 하나로 '10분 이내 도서관 이용 시스템 구축'을 내세웠다. 하지만 여전히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난 1월 현재 지역 공공도서관은 모두 35개다. 관당 인구수는 10만1708명이다. 앞선 2014년 기준 관당 전국 평균은 5만5191명이다. 관당 인구수가 10만 명을 넘는 곳은 부산이 유일하다. 이와 함께 지역 도서관 대부분은 교통이 불편한 외진 곳에 있으며 사서도 부족해 주민이 충분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시의 '부산 도시서비스분석 정보시스템' 도움을 받아 35개 공공도서관을 분석한 결과 집에서 걸어서 15분 이내 공공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시민은 47.1%에 그쳤다.

희망도 보인다. 본지가 부산시장과 교육감, 각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서면 질의를 한 결과 대부분 '도서관을 지식놀이터'로 만들자는 취지에 공감했다. 부산대 장덕현(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부산이 도서관 불모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도서관을 지식놀이터로 조성하려면 시민과 전문가, 지방자치단체장, 정치인 등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국 유정환 기자